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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모든 걸 버려야 행복해진다”

“20년을 꿈꾸고 10년 계획하고 1년 공부해서 떠난 산티아고 순례길, 드디어 799킬로미터를 완주했습니다”1991년 남가주 한인세탁협회 회장을 역임한 최영빈(76)씨가 35일 동안 매일 걷고 자고 일어나 또 걸어 산티아고 순례길을 완주했다. 20년 전 산악회 리더에게서 산티아고 데 콤포스텔라 성당으로 가는 길을 알게 된 이후 줄곧 버킷리스트 1순위였다. 당시에는 시간이 없어서 꿈만 꾸다가 70세 때 35년 간 운영하던 세탁소를 팔고 나서 곧장 계획을 세웠지만 이런저런 연유로 미루어졌다. 그렇게 은퇴 후 가장 먼저 하고 싶었던 산티아고 순례길 완주는 실행에 옮기기까지 5년이 걸렸다.“숙소에 가서 순례자 여권을 내보이면 직원들이 깜짝 깜짝 놀랍니다. 길에서 만난 외국인들에게도 인기가 높았어요. 자신의 부모보다 연배가 높아서였죠. 독일인들을 많이 만났는데 “당신이 코리안 영”이냐며 아는 척을 하며 사진을 같이 찍고 싶어했죠”첫날 30킬로 이후 25킬로씩 걸었다. 도시마다 도장을 받으며 걸었는데 중반 지점을 지나니 20킬로만 걸어도 지치더라는 그는 지난 1일 성 야고보의 유골이 안치된 성지 산티아고 데 콤포스텔라 성당에서 순례증명서(완주증)를 받았을 때는 축제를 한 기분이었다고 밝혔다.오후 10시까지 해가 지지 않는 산티아고에서 매일 걷다보니 모든 걸 버리면 가볍다는 걸 알게 되었다. 가방 무게 때문에 하나라도 버리면 몸이 가벼워졌고 600킬로미터를 넘어가니까 눈물이 자꾸 났다는 그는 “지금까지 살아온 게 행복이었다. 결혼하고 자식을 키우고 손자를 보고 행복인지 몰랐다. 이민생활을 성공적으로 해서 실비치 레저월드 은퇴촌에서 살고 있는데 이게 정말 큰 행복이더라”고 말했다. 이어 그는 “마을로 들어가 성당을 들리고 하니 총 1,000킬로미터를 걸었더라”며 “마을에 노인들만 남아있고 성직자가 없어서 성당 문이 닫혀 있었다. 예배를 보지 않는 성당이라 불렸는데 간혹 민간인이 구입해 숙소로 개조한 성당들도 있었다”고 덧붙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