취임을 앞둔 리시 수낵 영국 총리를 두고 인도계를 포함한 아시아계 영국인들이 환호하고 있다. 수낵 총리는 인도계로 영국 역사상 첫 비(非)백인 총리다.
영국 가디언은 24일(현지시간) 영국 최초의 유색인종 총리이자 최초의 힌두교 총리가 될 예정인 리시 수낵이 영국이 다문화·다종교 사회로 발전하는 데 이정표가 될 것이라고 보도했다.
나렌드라 모디 인도 총리는 리시 수낵이 영국의 차기 총리로 결정된 직후 자신의 트위터를 통해 “진심으로 축하한다”며 수낵 총리를 인도계 영국인들의 ‘살아있는 가교’라고 칭했다.
모디 총리는 이어 “당신이 영국 총리가 됨에 따라 우리가 글로벌 이슈에 함께 밀접하게 협력하고 ‘로드맵 2030’도 이행하기를 기대한다”고 전했다. ‘로드맵 2030’은 지난해 5월 모디 총리와 보리스 존슨 당시 영국 총리가 서명한 파트너십 약속으로 양국 교역규모를 2030년까지 두 배로 키우는 내용 등이 담겨있다.
정체성과 인종에 대해 연구하는 싱크탱크 ‘브리티시 퓨처’의 순데르 카트왈라 소장도 수낵 총리의 취임이 10~20년 전만 해도 불가능했을 역사적인 순간이라고 평가했다. 그는 가디언에 “(수낵 총리의 취임은) 영국에서 가장 높은 공직도 모든 종교와 민족적 배경을 가진 사람들에게 열려있음을 보여준다”며 “많은 영국 내 아시아인들에게 자부심의 원천이 될 것”이라고 전했다.
런던 북서부에 거주하는 인도계 헤말 조시(43)씨는 뉴욕타임스(NYT)에 “너무 자랑스럽고 행복하다”며 “이미 인도에서 많은 메시지를 받았다. 수낵 총리는 전 세계의 기대를 받고 있다”고 말했다. 인도는 1947년 독립하기 전까지 89년간 영국의 식민지였다. 그 영향으로 영국에는 여전히 150만명에 달하는 인도계 민족이 살고 있다.
로이터통신은 “인도계 이민자의 아들이며 힌두교 신자인 수낵이 영국 의회 다수당인 보수당의 대표를 선출하는 경쟁에서 승리했다는 소식이 전해지면서, 힌두교 달력에 따른 새해 축제 ‘디왈리’를 즐기는 인파가 가득한 인도 뉴델리의 거리로부터 런던 서부의 쇼핑 거리에 이르기까지 환성이 일었다”고 전했다.
다만 회의적인 시각도 존재한다. 수낵 총리의 취임이 확정되던 날 런던 북서부에 위치한 힌두교 사원을 방문한 쉬바니 다사니(22)는 NYT에 “우리가 최초로 유색인종 총리를 맞이한 건 대단한 일”이라면서도 “수낵 총리는 부유한 상류층 남자이기 때문에 그런 식으로 전체 지역사회를 대변할 수는 없다”고 덧붙였다.
의사 아버지와 약국을 운영하는 어머니 사이에서 태어난 수낵 총리는 영국 명문 사립 윈체스터 칼리지를 거쳐 옥스퍼드대를 졸업한 후 2004년 미국 스탠퍼드대로 건너가 경영학석사(MBA) 과정을 시작했다. 스탠퍼드대에서 인도 정보기술(IT) 대기업 ‘인포시스’ 창업자 나라야나 무르티의 딸 악샤타 무르티를 만나 결혼했다. 올 5월 발표 기준 수낵 총리 부부의 자산은 7억3000만파운드(1조1820억원)로 영국 내 222위에 오른 바 있다.
백재연 기자 energy@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