월스트리트저널(WSJ)은 10일(현지시간) SNS 텔레그램에서 헤르손 철수가 합리적 판단이라는 러시아 정부의 견해에 대한 비판이 속출하고 있다고 보도했다.
러시아 전쟁 전문 기자인 로만 사폰코프는 “이건 전쟁에서 실제로 패배한 것”이라고 평가했다. 그는 헤르손 공공기관에서 러시아 국기가 철거되는 모습을 전하며 “영리한 작전일 뿐 철수는 절대로 아닐 것이라고 끝까지 기대했지만 결과는 있는 그대로”라고 목소리를 높였다.
헤르손은 러시아 흑해함대의 기지인 크림반도에서 가깝고 우크라이나 중부를 지탱하는 수자원인 드니프로 강 하구를 통제하는 전략 요충지다. 게다가 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이 올해 9월 러시아 영토에 병합을 선언한 우크라이나 4개 주 가운데 하나이기도 하다. 그러므로 헤르손 철수는 러시아에는 상당한 후퇴일 수밖에 없다.
친정부 성향의 러시아 싱크탱크인 정치학연구소의 세르게이 마르코프 소장은 “헤르손 주민들로서는 영원히 함께 할 것이라는 러시아의 약속을 거짓말로 받아들일 것”이라며 “이번 철수가 러시아가 다른 병합지 주민들도 버릴 수 있다는 메시지로 읽혀 러시아와 점령지의 협력이 어려워질 것”이라고 전망했다.
한편 러시아 관영매체들은 이번 철수가 전열 재편을 위해 필요한 조치였다는 보도를 쏟아내고 있다.
안드레이 투르착 러시아 상원 부의장은 19세기 러시아 작가 톨스토이의 장편소설 ‘전쟁과 평화’의 문장을 인용해 “요새를 지키는 것은 어렵지 않지만 군사작전에서 이기는 것은 어렵다”고 철수를 두둔했다. 그는 이어 “헤르손 근처에 있는 우리 병사들에게 위험이 컸다”며 “언제라도 보급이 차단되거나 방어를 하기에 극도로 어려운 상황에 몰려있었다”고 말했다.
푸틴 대통령은 매파들의 비판과 전문가들의 부정적 진단 속에 헤르손 철수에 대해 침묵을 이어가고 있다.
백재연 기자 energy@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