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 바이든 미국 대통령은 집권 후 처음으로 대면한 시진핑 중국 국가주석에게 “경쟁이 충돌로 비화하지 않도록 차이를 관리할 책임이 양국에 있다”고 말했다. 시 주석은 “역사를 거울삼아 미래를 향해 나아가야 한다”고 제안했다.
14일 AP‧AFP‧로이터통신과 중국 관영 CCTV를 포함한 외신 보도를 종합하면, 바이든 대통령은 이날 인도네시아 발리의 한 호텔에서 시 주석을 만나 “반갑다(Good to see you)”고 인사를 건넨 뒤 웃으며 악수했다. 시 주석도 악수하며 미소로 화답했다. 발리는 15일부터 이틀간 주요 20개국(G20) 정상회의를 개최하는 도시다.
바이든 대통령과 시 주석이 정상으로서 직접 만나 회담을 가진 건 처음이다. 바이든 대통령은 지난해 1월 집권한 뒤 시 주석과 전화‧온라인 화상으로 5차례 소통했지만, 대면으로 회담하지 않았다. 부통령 시절인 2017년 시 주석을 만난 적은 있다. 정상으로서는 처음으로 시 주석과 대면했다.
바이든 대통령은 모두발언에서 “우리는 양국 지도자로서 차이점을 해결하며 경쟁을 충돌 양상으로 비화하는 것을 막을 수 있다는 걸 보여주고, 국제적 긴급 현안들을 협력할 방안을 강구할 책임을 공유하고 있다”며 “개인적으로, 범정부적으로 당신(시 주석)과 소통 창구를 유지할 것”이라고 말했다.
이어 “양국은 함께 다뤄야 할 사안을 너무 많이 가졌다. 중국과 미국이 기후변화에서부터 식량 불안정에 이르기까지 국제적인 도전 과제를 다루는 데 있어 핵심 역할을 해줄 것으로, 그리고 우리가 협력해 나갈 수 있을 것으로 세계는 기대하고 있다”며 “중국도 이를 바란다면 미국은 바로 그렇게 할 준비가 돼 있다”고 강조했다.
바이든 대통령은 “늘 그랬던 것처럼 솔직한 대화를 기다렸다. 기회를 줘 고맙다. 대면 소통을 대체할 수단은 거의 없는 것 같다”고 시 주석에게 반가움을 표시했다.
시 주석은 “중·미 양국 접촉 및 수교 이후 지금까지 50여년의 곡절 끝에 얻은 것도 있고 잃은 것도 있고 경험도 있고 교훈도 있다”며 “역사는 최고의 교과서다. 우리는 역사를 거울삼아 미래를 향해 나아가야 한다”고 말했다.
이어 “중·미 관계가 현재 직면한 국면은 양국과 양 국민의 근본 이익에 부합하지 않는다. 국제사회의 기대에도 부합하지 않는다”고 지적하면서 “우리는 중·미 두 강대국의 지도자로서 방향을 잡는 역할을 해야 한다. 양국 관계를 위해 올바른 발전 방향을 찾고 중‧미 관계를 개선해야 한다”고 제시했다.
시 주석은 “중‧미 관계에서의 전략적 문제와 중대한 국제‧지역 문제에 대해 그동안 그랬던 것처럼 솔직하고 깊이 있는 견해를 (바이든 대통령과) 교환하고 싶다”며 “중·미 관계를 건전하고 안정적인 발전 궤도로 복원해 두 나라를 복되게 하고 세계에 혜택을 주기를 기대한다”고 말했다.
김철오 기자 kcopd@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