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 바이든 미국 대통령과 시진핑 중국 국가주석의 첫 대면 정상회담은 양측 모두가 실리를 취한 회담이었다는 평가가 나온다. 대만이나 북한을 둘러싼 군사적 위기, 미·중 통상 갈등 등 주요 현안에 대해서는 이견을 좁히지 못했지만 갈등 관리 필요성 공감을 국제사회에 알리는 대외적 성과를 얻었다는 것이다.
캐서린 타이 미 무역대표부(USTR) 대표는 15일 싱가포르에서 열린 블룸버그 행사에서 전날 미·중 정상회담에 대해 “두 지도자가 매우 복잡한 (양국) 관계를 관리할 수 있다는 강력한 신호를 세계에 보낸 것”이라고 평가했다. 그는 “두 정상은 고위 관리들에게 계속해서 소통할 임무를 부여했다”며 “개방적이고 솔직한 대화를 계속 발전하기를 기대한다”고 말했다.
타이 대표는 그러나 대중 고율 관세에 대해서는 “근본적인 문제가 여전히 존재하기 때문에 그대로 유지된다”며 “아직 해결책은 없고, 우리는 계속 압박할 것”이라고 말했다.
미국은 중국의 기후변화 협상 참여를 끌어내고, 러시아의 핵 위협에 대한 중국의 불편한 심기를 대외적으로 알리게 했다는 점도 성과로 꼽힌다. 백악관은 정상회담 후 보도자료를 통해 양국 정상이 우크라이나에서의 핵무기 사용이나 사용 위협에 반대했다는 점을 강조했다. 중국 외교부 설명에는 러시아의 핵 위협에 대한 구체적 언급이 담기지 않았지만, 이는 중국과 러시아와의 전략적 협력 관계를 고려한 조치인 것으로 전문가들은 해석했다.
미 고위당국자는 전날 기자들에게 “(아세안+3 정상회의에 참석한 리커창 총리가) 주권과 핵 위협에 대한 무책임함을 언급하고, 일부에서 제안한 방식으로 핵무기가 사용되지 않도록 보장할 필요성을 강조했다”는 발언을 전하기도 했다.
시 주석도 3연임을 확정한 이후 주요 2개국(G2) 지도자로서의 위상을 국제사회에 알릴 기회가 됐다는 평가가 나온다. 미 싱크탱크 스팀슨센터의 윤선 선임연구원은 “중국의 우선순위는 회담에서 무엇을 직접 얻어내는 것보다는 회담을 통해 세계에 (외교력을) 보여줄 수 있는 것”이라고 말했다.
채텀하우스 유지에 선임연구원은 “미·중 관계의 긍정적 전환을 위한 첫걸음”이라며 “실질적 불만은 해결하지 못했지만, 긴장 온도를 낮추는 목적은 달성했다”고 평가했다.
중국 관영 매체와 전문가들도 세계 양대 경제 대국이 직접적인 충돌을 피하자는 공감대를 형성하고 협력 가능성을 모색했다며 긍정적으로 평가했다. 중국 환구시보는 15일 사설에서 “양국 정상이 오랜만에 만나는 모습은 위기와 도전으로 긴장된 세계 정서를 완화시켰다”며 “미·중 관계 역사의 중요한 만남으로 기록될 것”이라고 평가했다. 신경보는 “양국 정상이 얼굴을 맞대고 각자의 관심사에 대해 솔직하게 의견을 교환할 수 있다는 것 자체가 중요하고 긍정적인 신호”라며 “미·중 관계 안정을 위한 초석을 다졌다”고 강조했다.
그러나 갈등이 전쟁으로 이어지는 파국만은 막자는 공감대를 형성한 것일 뿐 근본적인 대결 구도가 바뀐 것은 아니어서 언제든 긴장이 다시 고조될 여지가 많다. 일각에서는 미 하원을 장악한 공화당의 대중 강경 행보가 양국 관계에 영향을 미칠 수 있다는 분석도 나온다. 케빈 매카시 공화당 하원 원내대표는 선거 승리 후 대만을 방문하겠다고 말했다.
미국이 대만 문제로 중국을 계속 자극할 것이라는 우려도 제기됐다. 진찬룽 인민대 교수는 글로벌타임스에 “미국의 양대 정당은 백악관이 대만 문제에 관한 전략적 모호성을 포기하도록 대만정책법을 밀어붙일 것”이라며 “이는 미·중 관계에 심각한 영향을 미칠 것”이라고 주장했다.
미·중 간 긴장 완화에 대한 기대감이 반영돼 중화권 증시는 강세를 보였다. 블룸버그에 따르면 이날 상하이종합지수는 1.64%, 홍콩 항셍지수는 4.11% 급등으로 거래를 마쳤다.
워싱턴=전웅빈 특파원, 베이징=권지혜 특파원 imung@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