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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러 미사일, 나토 회원국 폴란드로 떨어져 2명 사망”


러시아제 미사일이 북대서양조약기구(NATO·나토)와 유럽연합(EU) 회원국인 폴란드 영토 내에 떨어져 2명이 사망했다고 미 당국자가 밝혔다. 폴란드 미사일 피해는 우크라이나 주요 도시에 대한 러시아의 대규모 공격 도중 발생한 것이다. 우크라이나 전쟁 과정에서 나토 회원국 영토가 직접 피해를 입은 건 처음이다.

폴란드는 군 준비태세를 강화하고, 나토는 폴란드 요청에 따른 공동 협의를 진행하기로 했다. 러시아는 해당 공격을 즉각 부인했다.

패트릭 라이더 미 국방부 대변인은 15일(현지시간) 브리핑에서 “우리는 두 개의 러시아제 미사일이 폴란드 국경 인근을 공격했다는 언론 보도를 인지하고 있고, 관련 내용을 조사 중”이라고 밝혔다. 라이더 대변인은 다만 “현재는 공격이 있었다는 것을 확증할 정보가 없다. 성급하게 결론을 내리기 전 사실을 파악하는 게 먼저”라고 덧붙였다.

앞서 AP 통신은 미 고위 정보당국 관계자를 인용해 러시아제 미사일 두 발이 폴란드 영토에 떨어져 2명이 사망했고, 폴란드 정부가 긴급 대책회의를 열었다고 보도했다.

러시아는 이날 키이우를 비롯해 우크라이나 주요 도시에 약 100발의 미사일을 퍼부으며 대규모 공습을 재개했다. 폴란드에 떨어진 미사일은 우크라이나에 대한 공습 재개 과정에서 발생했다. 해당 미사일은 우크라이나 국경 인근의 폴란드 마을 프르제워도우에 떨어졌다.

폴란드 외무부는 오후 “러시아제 미사일이 프르제워도우 동부 마을에 떨어져 2명이 사망했다”고 피해를 확인했다. 다만 이번 공격이 우발적인 것인지, 공격 주체가 누구인지는 밝히지 않았다. 폴란드는 군 경계태세를 강화하고, 나토 헌장 4조를 발동했다. 나토 헌장 4조는 “회원국의 영토 보전이나 정치적 독립성, 안보가 위협받는다고 판단하면 회원국 전체가 함께 협의한다”는 내용을 담고 있다. 나토는 이를 받아들여 16일 긴급회의를 진행하기로 했다.

조 바이든 대통령은 주요 20개국(G20) 정상회담 참석을 위해 머물고 있는 인도네시아 발리에서 안제이 두다 폴란드 대통령과 통화를 하고 인명 피해를 애도하며 상황을 논의했다. 백악관은 “바이든 대통령이 폭발 조사를 위해 전폭적인 지원을 제공하고, 나토에 대한 철통 같은 약속을 재확인 했다”고 설명했다.

옌스 스톨텐베르그 나토 사무총장도 두다 폴란드 대통령과 통화를 한 뒤 “나토는 상황을 모니터링 중이며 동맹들이 긴밀히 상의 중”이라고 밝혔다. 라투비아, 에스토니아 등 나토 회원국은 즉각 애도를 표하며 러시아를 비난했다. 볼로디미르 젤렌스키 대통령도 “나토 영토에 미사일 발사는 집단 안보를 공격한 것”이라며 “매우 중대한 긴장 고조”라고 말했다.

나토 회원국인 폴란드가 러시아 공격으로 인한 직접 피해를 받은 게 확인될 경우 조 바이든 대통령은 어려운 선택에 직면하게 된다. 나토 헌장 5조 집단방위 조항은 회원국에 대한 공격을 전체 회원국에 대한 공격으로 간주한다. 바이든 대통령도 그동안 “나토 회원국 영토를 1인치까지 방어하겠다”고 여러 차례 공언했었다.

국방부는 다만 이번 피해가 집단방위 조항에 해당하는지 여부에 대해서는 “정확한 사실 확인이 필요하다”며 말을 아꼈다. 미 백악관 국가안보회의(NSC) 에이드리엔 왓슨 대변인도 “러시아 미사일이 폴란드 영토를 통과했다는 보도를 봤고, 폴란드 정부와 추가 정보를 모으기 위해 협력 중”이라며 “현재로서는 어떤 세부 내용에 대해서도 확인할 수 없다. 확인 후 다음 단계를 결정할 것”이라고 밝혔다.

러시아 국방부는 성명을 내고 “해당 보도는 상황을 확대하려는 의도적인 도발”이라며 “폴란드와 우크라이나 국경 인근 목표물에 대한 공격은 러시아 미사일에 의한 것이 아니다. 폴란드 언론이 공개한 미사일 잔해도 러시아 무기와 관련이 없다”고 부인했다.

한편 이날 러시아 공격은 우크라이나 동북부 하르키우, 서부 르비우, 북부 지토미르, 동부 수미 등 주요 도시 에너지 기반시설에 집중돼 전국적으로 700만 가구에 정전이 발생했다. 이는 러시아가 크림대교 폭발 사건 보복으로 지난달 10일 미사일 84발을 발사한 것을 뛰어넘는 규모다.

키릴로 티모셴코 대통령실 차장은 성명에서 “러시아 테러리스트들이 에너지 기반시설에 또다시 계획적 공격을 가했다”며 “키이우 상황이 매우 심각하다”고 밝혔다.

워싱턴=전웅빈 특파원 imung@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