Kalam News

트럼프, 정치생명 위기… 공화당 내 반대 노선 본격화


중간선거에서 승리하지 못한 미국 공화당의 ‘반(反)트럼프’ 움직임이 더욱 구체화되는 모양새다. 2020년 대선 이후 도널드 트럼프 전 대통령과 대척점에 섰던 미치 매코널 공화당 상원대표가 차기 의회 리더십 경선에서 친트럼프 의원을 압도적인 표 차이로 눌렀기 때문이다.

매코널 상원대표는 16일(현지시간) 공화당 경선에서 릭 스콧 의원을 ‘37대 10’으로 승리해 다음 의회에서도 공화당 상원 원내 수장을 맡게 됐다. 미국 역사상 가장 장기 집권하는 상원 원내대표가 된 것이다.

이날 비공개회의에서 매코널 의원과 스콧 의원은 강도 높은 설전을 펼쳤다. 그러나 투표 결과는 일방적이었다. 매코널 원내대표는 회의가 끝난 뒤 중간선거 상원 패배 원인에 대해 “우리는 너무 많은 공화당의 혼란과 부정을 목격한 중도파 유권자들에게 외면당했다”고 친트럼프 진영을 직격했다. 그는 스콧 의원이 맡던 공화당 상원전국위원회(NRSC) 위원장 자리도 스티브 데인스 의원에게 넘기며 후속 지도부 인사도 발표했다. NRSC는 정치자금 모금과 각종 선거에서의 자금 집행 등을 관장하는 공화당 핵심 조직이다.

트럼프는 중간선거 기간 매코널 상원대표에 대한 불편한 심기를 노골적으로 드러내며 스콧 의원의 상원대표 입성을 지원했다. 당내 주요인사들도 일제히 트럼프 전 대통령의 차기 대선 도전선언을 맹비난했다. 마이크 펜스 전 부통령은 “시대는 새로운 리더십을 필요로 한다. 유권자들은 다음 대선 후보로 트럼프보다 나은 선택을 할 것”이라고 했다.

마이크 폼페이오 전 국무장관은 “우리는 백미러를 쳐다보며 피해자라고 주장하지 않을, 진지하고 잡음 없는 지도자가 필요하다”며 트럼프에게 직격탄을 날렸다.

최근 차기 대선주자 여론조사에서 트럼프를 제친 론 디샌티스 플로리다 주지사는 “여러분이 듣게 될 것은 단지 소음일 뿐”이라고 했다. 전날 트럼프가 대선 도전을 선언하며 자신에 대한 공격을 예고하자 이를 비꼰 것이다.

2016년 대선때부터 트럼프를 강력 지지했던 보수언론 뉴욕포스트는 단신 기사로 트럼프 대선도전 소식을 전하며 “플로리다에 사는 한 은퇴자가 깜짝 선언했다. 열혈 골퍼인 그는 기밀문서 도서관인 마러라고 리조트에서 (대선 도전을) 시작했다”고 조롱했다.

한편 공화당은 이날 중간선거 하원 의석 218석을 확정해 4년 만에 다수당 지위를 탈환했다. 케빈 매카시 하원 원내대표는 미국 권력 서열 3위인 차기 하원의장 가능성이 높아졌다.

워싱턴=전웅빈 특파원 imung@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