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NS 플랫폼 트위터가 미국 전기차 기업 테슬라 최고경영자(CEO) 일론 머스크를 최대주주로 두면서 변화의 갈림길에 놓였다. 머스크는 트위터를 적극적으로 활용하면서 증오 발언이나 허위 정보를 차단하는 SNS 운영 정책을 비판해왔다. 페이스북·인스타그램보다 메시지를 간단하게 생산하고 선명하게 전달할 수 있는 트위터에서 다시 ‘막말’이 쏟아질 수 있다는 우려가 나온다.
미국 증권거래위원회(SEC)는 4일(현지시간) 머스크에게서 제출받은 트위터 지분 매입 내역을 공개했다. 이 내역을 보면 머스크는 지난달 트위터 주식 7350만주를 사들였다. 이는 트위터 전체 지분의 9.2%에 해당한다. 미국 자산운용사 뱅가드그룹의 트위터 지분 8.79%보다 많다. 트위터 공동 창업자였고 지금은 블록(옛 스퀘어)을 경영하는 잭 도시의 지분 2.3%와 비교하면 정확히 4배다.
트위터는 지난주 마지막 거래일인 지난 1일 뉴욕증권거래소에서 39.31달러에 마감됐다. 당시의 마감 종가를 적용한 머스크의 트위터 지분 가치는 28억9000만 달러(약 3조5100억원)로 추산된다. 트위터는 이번 주를 개장한 4일 27.12%(10.66달러) 급등한 49.97달러를 가리켰다. 머스크의 트위터 지분 가치도 하루 상승률만큼 늘어났을 것으로 보인다.
머스크가 단순히 시세 차익을 노리고 트위터의 지분을 사들였는지를 놓고서는 다른 의견이 나온다. 트위터는 한때 페이스북과 함께 SNS ‘빅 2’(Big 2)로 꼽혔지만, 지금은 사세가 기울었다는 평가를 받는다. 한때 80달러를 웃돌았던 주가는 30달러대까지 떨어졌다. 이날 기록한 상승률은 2013년 11월 뉴욕증권거래소에 상장된 뒤 9년여 만에 가장 컸다. 인기가 시들해지는 플랫폼을 사들인 머스크의 결단을 단순히 ‘투자’로만 보기 어려운 이유는 여기에 있다.
머스크가 매입한 트위터 주식은 경영에 적극적으로 관여하지 않는 ‘수동적 지분’(Passive stake)이다. 하지만 월스트리트는 세계 최고 재벌인 머스크라면 언제든 지분을 늘려 경영에 관여할 수 있다고 보고 있다. 미국 증권사 웨드부시의 댄 아이브스 애널리스트는 “머스크가 SNS에 대해 언급해온 것을 고려하면 트위터 인수는 가능한 이야기”라고 전망했다.
트위터는 머스크가 사실상 유일하게 활용하는 SNS다. 8000만명 이상의 팔로어와 연결돼 있다. 머스크가 트위터에서 다른 유명인과 다른 점은 왕성한 활동력에 있다. 머스크는 트위터로 들어오는 질문에 답하는 선에서 그치지 않고 다른 계정에 댓글을 달며 적극적으로 소통하고 있다. 트위터에서 종종 벌어지는 머스크의 기행이 테슬라 주가에 악영향을 미치기도 한다.
이런 머스크가 최근 트위터의 운영 정책을 놓고 여론을 살피기 시작했다. 지난달 25일 트위터에 “트위터는 언론의 자유라는 대원칙을 고수한다고 생각하는가”라며 설문조사를 실시했다. 203만5924명이 참여한 이 설문조사에서 70.4%가 “아니오”를 골랐다. 머스크는 이 설문조사 밑에 “조사 결과가 중요할 것이다. 신중하게 투표해 달라”고 덧붙였다.
머스크는 자신의 지분율이 공개된 이날 트위터에 “편집 버튼이 필요하다고 생각하는가”라는 설문조사를 다시 시작했다. 한국시간으로 오후 4시45분을 기준으로 17시간이 남은 이 설문조사엔 220만3610명이 참여했다.
머스크의 트위터 관련 설문조사를 포함한 트윗들을 보면 SEC에 자료를 제출한 시점보다 지분을 늘렸을 것이라는 관측이 힘을 받는다. 조만간 경영에 참여할 수 있다는 얘기다.
트위터는 알고리즘에 의해 중요도 위주로 게시물을 나열하는 유튜브 페이스북 인스타그램과 다르게 짧은 메시지를 타임라인상으로 노출하는 방식으로 운영된다. 이로 인해 의견의 공유보다 간결하고 분명한 메시지가 넘쳐났고, 증오 발언와 허위 정보가 인기를 끌었다.
트위터의 이런 이용자 성향은 이미 인공지능을 통해 확인됐다.
머스크와 더불어 또 하나의 ‘파워트위터리언’으로 꼽혔던 도널드 트럼프 전 미국 대통령의 계정도 트위터의 오용을 보여주는 또 하나의 사례다. 트럼프 전 대통령은 백악관 연단에서 말할 수 없는 허위 주장과 갈등 조장 발언을 트위터에 쏟아냈다. 그 결과 트럼프 전 대통령의 계정은 지난해 1월 영구 차단됐다.
타임라인에서 논란의 발언을 삭제하거나 차단하는 정책을 고수한 건 2006년 트위터를 창립한 도시 전 CEO였다. 하지만 그는 지난해 경영에서 물러났다. 머스크가 최대주주 지위를 얻은 이유가 경영 참여라면 트위터의 운영 정책은 과거로 회귀할 가능성을 배제할 수 없다. 다시 증오 발언와 허위 정보가 트위터 타임라인에 넘쳐날 수 있다는 얘기다.
테슬라의 열성적 지지자인 뉴욕증시의 ‘큰손’ 캐시 우드 아크인베스트먼트 CEO는 이날 미국 블룸버그 라디오와 인터뷰에서 “머스크가 트위터 지분을 앞세워 경영진을 교체할 수 있다”고 전망했다.
김철오 기자 kcopd@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