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크라이나군이 지난 2일(현지시간) 키이우를 비롯한 우크라이나 북부지역을 탈환하면서 러시아 군에 의한 민간인 학살과 더불어 전쟁 성범죄 피해가 속속 드러나고 있다.
영국 가디언은 3일 사진작가 미하일 팔린차크가 키이우 근처 고속도로에서 찍은 사진 한 장을 공개하며 경악을 금치 못했다고 보도했다.
팔린차크의 사진은 키이우에서 20㎞ 떨어진 고속도로에서 남성 1명과 여성 3명의 시신을 담고 있다. 그는 사진 속 여성들은 나체 상태였고, 신체 일부는 화상을 입었다고 전했다. 가디언은 해당 사진이 러시아군이 민간인을 대상으로 강간, 처형, 고문을 자행한 증거라고 전했다.
특히 러시아군이 점령했던 우크라이나 지역에서는 전시 상황에서 가해진 끔찍한 성폭행의 흔적이 곳곳에서 나타나고 있다.
우크라이나의 성폭력 및 가정폭력 피해자 지원단체 ‘라스트라다 우크라이나’의 카테리나 체레파하 대표는 “여성과 소녀들로부터 도움을 요청하는 긴급 핫라인 전화를 여러번 받았다”고 밝혔다. 그러면서 “하지만 교전이 계속되고 있어 대부분 물리적으로 도와줄 수 없는 경우였다”고 말했다.
체레파하 대표는 “현재까지 파악된 피해 사실은 빙산의 일각에 불과할 것”이라며 참담한 현실에 깊은 우려를 표했다.
실제로 키이우에 거주하는 현지 여성들은 전쟁 성범죄로 인한 두려움이 컸다며 당시 상황을 폭로했다. 안토니아 메드베드추크(31)는 전쟁 성범죄로부터 자신을 지키기 위해 콘돔과 가위부터 챙겼다고 증언했다. 그는 “통금과 폭격 휴지 기간마다 응급상자 대신 피임약을 찾아다녔다”며 “내 어머니는 그런 종류의 전쟁은 더 이상 존재하지 않는다고 나를 안심시키려고 했지만 모든 전쟁은 다 그렇다”고 말했다.
키이우 동쪽 외각에 살던 나탈리야(가명·33)는 러시아 군인이 남편을 죽이고 자신을 성폭행했다며 지난달 28일 더타임스에 폭로하기도 했다.
현지 여성들은 경찰, 언론, 인권단체 등에 러시아군에 의한 잔혹한 성폭행 피해를 호소하고 있다. 이들에 따르면 러시아군은 집단 성폭행을 하거나 아이들 앞에서 성폭행을 저지르고, 총을 겨눈 채 폭행을 하는 등 반인륜적인 범죄를 저질렀다.
우크라이나 여성들을 두려움에 떨게 한 건 러시아 군인뿐만이 아니었다. 우크라이나 경찰에 따르면 우크라이나 서부의 빈니차 마을의 한 교사가 학교 도서관에서 국토방위대원에게 강간 당할 뻔 했으나 다행히 피해를 면하는 일이 일어난 것으로 전해졌다.
이 같은 전쟁 성범죄에 우크라이나 당국과 국제형사재판소(ICC)는 신고가 들어온 성폭행 사례에 대해 수사를 시작할 것이라고 밝혔다.
‘라스트라다 우크라이나’, ‘페미니스트 워크숍’ 등 현지 인권·여성단체들도 지방 정부를 도와 피해 여성들에게 의료·법적·심리적 지원에 대한 정보를 제공할 것이라고 가디언은 보도했다.
김민영 인턴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