석 달째 반정부 시위가 이어지고 있는 이란에서 시위대가 이란이슬람공화국 초대 지도자인 고 아야툴라 루홀라 호메이니의 생가로 추정되는 곳에 불을 지르는 영상을 SNS에 유포했다.
18일(현지시간) 로이터, AFP 통신 등 주요 외신에 따르면 이란 반정부 단체 ‘1500차비르’는 영상 속 화재가 지난 17일 저녁 중서부 호메이니시의 호메이니 생가에서 일어났다고 주장했다. 호메이니는 1979년 이란의 친서방 지도자 샤 모하마드 레자 팔라비를 폐위시킨 이슬람 혁명의 지도자로 이슬람공화국을 세운 인물이다.
SNS를 통해 공개된 영상을 보면 수십 명의 군중이 한 거울에서 피어오르는 불길을 보며 환호하고 있다.
로이터는 영상을 분석한 결과 불이 난 건물이 독특한 아치 모양이라는 점에서 해당 장소는 지금은 박물관으로 쓰이는 호메이니의 생가로 확인된다고 설명했다. 다만 영상이 촬영된 날짜와 시간은 정확히 파악할 수 없다고 덧붙였다.
호메이니시의 언론 당국은 반관영 통신사인 타스님을 통해 방화는 없었다고 부인했다. 통신은 문제의 영상은 가짜라고 주장하며 “위대한 공화국의 돌아가신 설립자의 집 문은 대중에게 개방돼 있다”고 전했다.
이란에서는 9월 여대생 마흐사 아미니(22)가 히잡을 제대로 쓰지 않았다는 이유로 경찰에 끌려갔다가 의문사한 이후 반정부 시위가 석 달째 계속되고 있다.
최근 ‘1500차비르’는 문제의 화재 영상 외에도 여러 도시에서 벌어진 반정부 시위 영상을 게재했다. 동부 자헤단에서 촬영된 한 영상에는 시위대가 “(현 최고지도자) 하메네이에게 죽음을”이라는 구호를 외치는 모습이 포착됐다.
또 시위 진압 과정에서 숨진 10세 소년의 장례식을 계기로 발생한 시위 장면을 담은 영상이 유포되기도 했다.
노르웨이에 본부를 둔 인권단체 이란휴먼라이츠(IHR)에 따르면 지금까지 이란 내 시위로 숨진 이는 어린이 43명과 여성 26명을 포함해 총 342명에 달하는 것으로 파악됐다.
타스님과 혁명수비대 뉴스 사이트에 따르면 전날 동북부 마스하드에서 바시지 민명대원 2명과 정보요원 2명이 숨졌고 테헤란에서 혁명수비대원과 바시지 민명대원 3명, 쿠르디스탄에서 경찰관 1명이 각각 목숨을 잃었다.
이주연 인턴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