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학총장은 주저없이 계약을 체결했다. 1년간 수많은 학생들이 온라인으로 스포츠게임에 돈을 거는 도박시스템을 이용하자, 시저스스포츠북 측은 5년간 840만달러를 지급하겠다며 계약 갱신을 요청했다.
루이지애나주립대학도 같은 해 같은 회사로부터 똑같은 내용의 계약을 처음 체결했다.
시저스스포츠북이 대학내에 온라인도박 시스템을 구축하기 시작한 것은 지난 2020년부터다. 콜로라도 볼더대학과 체결한 160만달러 계약이 ‘대박’나자, 회사측은 전국 스포츠명문대학들에 ‘캠퍼스 도박’ 계약을 제안하기 시작한 것이다.
캠퍼스에 설치된 온라인 베팅 시스템을 이용하면 적게는 1달러에서 많게는 30달러까지 각종 스포츠게임의 승부와 스코어 맞추기 도박을 할 수 있다.
시저스스포츠북 측의 가장 큰 장애는 미국법 상 합법적으로 도박을 할 수 있는 연령이 만 21세라는 점이었다. 대부분의 대학 저학년생이 이 나이보다 어린 학생들이었기 때문이다.
그러나 당초 우려는 기우에 불과했다. 학부 3,4학년뿐 아니라 대학원생, 연구원, 교수진 등이 앞다퉈 이 베팅시스템을 이용했기 때문이다. 시스템을 이용하려면 자신의 나이를 증명할 수 있는 각종 신분증을 시스템에 설치된 검증기에 입력하거나 인식되도록 해야 한다.
회사측은 캠퍼스 베팅시스템이 선풍적 인기를 끌자, 스마트폰용 베팅앱을 개발해 대학생들에게 유포했다. 가입비는 30달러.
온라인 도박이 전문인 시저스스포츠북 뿐 아니라 실제 카지노를 운영하는 스톤리조트앤드카지노, 윈스타월드카지노앤리조트 등의 도박회사들도 속속 미국 대학들과 정식 계약을 맺고 캠퍼스 도박시설을 운영하고 있다. 스포츠 뿐 아니라 공부에서도 명문인 시라큐스대학, 텍사스 기독대 등 유수 대학들의 스포츠팀 마켓팅 부서들이 이들 도박회사의 타깃이 됐다.
캠퍼스 도박은 2020년초부서 3년 가까이 극성을 부린 코로나19 팬데믹이후 미국 대학의 돈벌이 수단이 되기 시작했다. 등록금과 수업료가 높은 명문 사립대들보다는 학비가 저렴한 주립대 공립대 등이 캠퍼스 도박 계약에 훨씬 적극적이었다. 교육부처의 재정지원이 전무한 미국 대학 재정 특성상 이들 대학은 한푼이라도 더 돈을 벌어야 각종 스포츠팀을 효과적으로 운영할 수 있다.
도박회사들이 노린 것도 바로 이런 공립·주립대학들의 재정 취약성이었다.
뉴욕타임스(NYT)는 20일 ‘라스베이가스 시저스팰리스호텔처럼 거대한 도박장으로 변해가는 미국 대학들’이라는 제목의 기획기사를 통해 이같은 내용을 보도했다.
신문은 “대학들은 어떻게든 재정을 마련해 학생들의 학업을 위한 다양한 프로그램을 운영해야 한다”면서 “위법이 아니라 합법적으로 운영된다면 스포츠베팅 도박이 학생들에게 꼭 나쁘다고는 할 수 없다”는 한 주립대 고위관계자의 인터뷰도 전했다.
그러면서 “주립대의 경우 전체 학부·대학원생 규모가 적게는 1만5000명, 많게는 3만명에 이른다”면서 “이들을 대상으로 매주 수많은 스포츠경기에서 내기도박을 운영하는 도박회사들이 새로운 수익구조를 창출하는데만 몰두하고 있다”고 꼬집었다.
신창호 선임기자 procol@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