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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로마이단 혁명’ 기념일에 헤르손서 주민 대피작전

우크라이나가 친러·반서방 정권을 축출한 ‘유로마이단 혁명’ 기념일에 헤르손과 미콜라이우에서 대규모 주민 대피작전에 나섰다. 본격적인 겨울철을 앞두고 난방·전기·식수 부족사태를 겪는 이 지역 주민들을 안전지대로 옮기겠다는 의도다.


볼로디미르 젤렌스키 우크라이나 대통령은 유로마이단 혁명 9주년 기념 화성연설을 통해 “우크라이나인의 자유를 행동으로 실천한 날이었다”며 “우리는 전기나 물, 석유가 없인 살 수 있어도 자유가 없는 땅에선 생존할 수 없다”고 말했다.

이리나 안드리이우나 베레슈크 부총리는 21일(현지시간) 헤르손과 미콜라이우 등 남부 2개 도시 주민들에게 중부·서부 등 비교적 안전한 지역으로 이동할 것을 촉구하면서 “정부가 교통, 숙박, 의료 서비스를 제공할 것”이라고 밝혔다고 AP통신, CNN방송 등이 보도했다.

두 도시는 수개월동안 집중된 러시아의 포격으로 발전소를 비롯한 주요 기반시설이 상당부분 파괴돼 생존에 필요한 난방 전기 식수 공급이 이뤄지지 못하는 상태다.



세계보건기구(WHO) 한스 헨리 클루게 유럽지역 국장은 이날 키이우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에너지 인프라의 절반이 손상되거나 파괴됐으며,1000만명이 정전을 겪고 있다”며 “올겨울은 우크라이나인 수백만명의 생명을 위협할 것”이라고 경고했다.


한편 젤렌스키 대통령은 2013년 친러·반서방을 표방했던 빅토르 야누코비치 전 대통령을 축출했던 유로마이단 혁명 9주년 기념 연설을 통해 항전의지를 거듭 천명했다고 뉴욕타임스(NYT)가 전했다.

그는 연설에서 “우리 땅엔 포탄이 남긴 구덩이가 넘쳐나고 도시와 마을엔 온갖 장애물과 방호벽이 생겼다”면서 “도시가 파괴되고 수백만명이 집을 잃었지만, 자유를 향한 우크라이나인의 갈망엔 변함이 없다”고 밝혔다.

이어 “러시아의 침략에 맞선 병사와 주민들은 유로마이단 혁명이 얻고자 했던 것과 동일한 목표를 갖고 있다”며 “우리는 돈이나 가솔린, 온수, 전기가 없어도 생존할 수 있지만, 자유가 없는 땅에선 살아갈 수 없다”고 역설했다.

또 “평화를 되찾은 미래에는 유로마이단 중심지였던 키이우 독립광장에 모여 승리의 날을 축하하게 될 것”이라고도 했다.


2013년 11월 21일 우크라이나에서는 친러 성향의 야누코비치 당시 대통령이 우크라이나를 러시아 영향권에서 벗어나게 해 줄 유럽연합(EU)과의 협력 협정을 전격 중단한 데 대한 반발로 대규모 시위가 벌어졌다.

키이우 마이단 광장에서 벌어진 첫 시위에 모인 시민은 1500명 정도였지만 이후 급격히 규모가 커졌으며, 결국 3개월만에 야누코비치 대통령이 축출되고 친서방 정권이 세워졌다.

그러자 러시아는 크림반도를 침공해 강제 병합했으며 동부 돈바스지역에 친러 분리주의 무장세력이 러시아의 은밀한 지원을 받아 분리독립을 선언했다.

신창호 선임기자 procol@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