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 정부가 우크라이나에 4억 달러(약 5400억원) 규모의 추가 군사지원을 발표했다. 러시아가 겨울을 앞두고 우크라이나의 전력 등 주요 기반시설을 집중적으로 공격하자 이에 대응하기 위한 차원이다.
토니 블링컨 미 국무장관은 23일(현지시간) “핵심 에너지 기간 시설을 포함한 러시아의 수그러들지 않는 공격을 방어하기 위해 추가적 군사 지원을 지속한다”는 성명을 발표했다. 우크라이나에 대한 군사지원 규모는 모두 197억 달러(약 26조6300억원)로 늘었다.
이번 무기 지원에는 드론 공격 방어를 위한 방공 미사일이 포함됐다. 국방부는 열영상 조준경을 갖춘 대(對)드론용 대공포 150기, 첨단 지대공미사일시스템 ‘나삼스(NASAMS)’, 고속기동포병로켓시스템(HIMARS), 적 레이더 공격을 위한 대(對) 레이더 미사일(HARM)이 지원된다고 설명했다. 나삼스는 드론과 헬기, 제트기, 순항 미사일 격추에 사용된다.
에이드리안 왓슨 백악관 국가안보회의(NSC) 대변인은 성명을 내고 “러시아가 에너지 인프라를 파괴하는 끔찍한 공격으로 전환하고 있다”며 “시민과 어린이의 고통과 죽음을 증가시키려는 게 푸틴의 목표”라고 비난했다.
러시아는 이날도 우크라이나에 미사일 67발을 발사했다. 이번 공습으로 수도 키이우와 북부 하르키우, 서부 르비우, 체르니히우, 키로보그라드, 오데사, 흐멜니츠키 등 우크라이나 전역에서 도시 전체 또는 일부가 정전 사태를 겪었다. 우크라이나와 국경을 맞대고 있는 몰도바에도 피해가 발생했다. 안드레이 스피누 몰도바 부총리 겸 인프라부 장관은 국토의 절반 이상이 정전 피해를 겪고 있다고 밝혔다.
군사전문가들은 러시아가 인도주의적 재난 상황을 키워 유럽을 분열시키려는 목적이라고 분석했다. 벤 호지스 전 유럽 주둔 미국 육군사령관은 “겨울철 우크라이나를 사람이 살 수 없게 만들면 수백만명이 유럽으로 떠나 유럽 국가들을 압박할 것”이라며 “이는 ‘난민의 무기화’”라고 말했다.
유럽연합(EU) 의회는 이날 러시아를 테러지원국으로 지정하는 결의안을 통과시켰다.
워싱턴=전웅빈 특파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