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롬 파월 미 연방준비제도(Fed·연준) 의장이 인플레이션을 잡기 위한 최종 기준금리가 이전 예측보다 다소 높아질 수 있다고 말했다. 인플레이션 지표가 완화되고 있지만, 아직 갈 길이 멀다며 긴축 기조를 계속 유지해야 한다는 입장도 재확인했다. 다만 폭은 12월부터 빅스텝(한 번에 0.5% 포인트 인상) 수준으로 낮출 수 있다는 뜻을 시사했다.
파월 의장은 30일(현지시간) 미 싱크탱크 브루킹스 연구소가 주최한 행사에서 “금리 인상을 통해 상당한 진전을 이뤘지만, 여전히 인플레이션 경로는 매우 불확실하다”며 “인플레이션을 2%로 되돌리기에 충분히 제한적인 수준으로 금리를 인상해야 한다”고 말했다.
파월 의장은 “기준금리를 지속해서 인상하는 것이 적절할 것”이라며 “최종 수준은 지난 9월 생각했던 것보다 다소 높아야 할 것 같다”고 말했다. 연준은 지난 9월 자이언트 스텝(한 번에 0.75% 포인트 금리인상)을 단행하면서 내년 기준금리가 4.6%까지 높아질 것으로 예측했다.
파월 의장은 다만 “인플레이션을 낮추는데 충분한 억제 수준에 접근함에 따라 금리 인상 속도를 완화하는 것이 합리적”이라며 “완화를 위한 속도 조절은 긴축 정책의 진전을 고려할 때 12월 회의에서 나올 수 있다”고 말했다.
전문가들은 파월 의장의 발언이 12월부터 긴축 속도를 줄이되, 내년에도 인상 자체는 계속해 목표 기준금리가 5% 이상이 될 것을 의미하는 것이라고 분석했다. 현재 미국 기준금리는 3.75~4.00% 수준이다. 다음 회의 때 빅스텝을 하더라도 기준금리 상단이 4.50%에 그친다. 내년 최소 1~2번의 금리인상이 추가로 이뤄질 수 있다는 의미다.
파월 의장은 원자재와 핵심 상품 가격이 내려가기 시작했고, 현재 추세가 지속한다면 내년쯤이면 인플레이션에 하향 압력을 가하기 시작할 것으로 예측했다. 그러나 높은 수준의 임대료에 따른 주거비 인플레이션은 상당 기간 유지될 것으로 봤다. 파월 의장은 기준금리 인상 영향으로 신규 임대료가 낮아지는 시점이 돼야 전체 인플레이션이 감소할 것으로 전망했다.
노동력 부족에 따른 빡빡한 고용시장도 연준의 결정을 주저하게 만드는 포인트다. 민간 고용정보업체 오토매틱데이터프로세싱(ADP)은 이날 11월 미국 기업들의 민간 고용이 12만7000 개 증가했다고 밝혔다. 이는 지난 10월 민간 일자리 증가폭(23만9000 개)의 거의 절반 수준으로 지난해 1월 이후 가장 낮다. 미국의 민간 부분 고용 성장세가 이미 꺾이고 있다는 의미다.
그러나 파월 의장은 노동력 부족 현상을 우려했다. 파월 의장은 코로나19 팬데믹 과정에서 고령 인구를 중심으로 ‘대사직’이 발생했는데, 이들이 팬데믹 회복 이후에도 고용 시장으로 돌아오지 않아 노동력 부족이 발생한 것으로 분석했다. 파월 의장은 “인구 고령화에 따라 예상되는 것보다 많은 과도한 퇴직이 발생했다”며 “부족한 노동력 350만 명 중 이들이 차지하는 게 200만 명 이상”이라고 설명했다. 파월 의장은 이민자 감소, 코로나19 사망자 등도 노동력 부족에 영향을 미쳤다고 말했다. 파월 의장은 단기적으로 노동 시장 균형을 회복하기 위해서는 기업들의 수요를 둔화시킬 수밖에 없다고 지적했다.
파월 의장은 중국의 코로나19 제로 정책에 대해서도 우려를 드러냈다. 그는 “중국은 글로벌 공급망과 깊이 연결된 경제 부분 일부를 폐쇄하고 있다”며 “이는 공급망을 덜 효율적이고 덜 효과적으로 만들 것”이라고 말했다. 또 “중국에서 제조·조립되는 일부 상품 가격에 영향을 미칠 것”이라며 “우리에게 시사하는 바가 있다”고 말했다.
연준은 이날 공개한 경기동향 보고서 ‘베이지북’를 통해 수요 약화, 공급망 차질 해소 등으로 물가 상승 속도가 느려졌지만, 인플레이션 하향 속도는 느릴 것으로 전망했다. 보고서는 많은 기업이 연말 경제 전망에 관해 ‘불확실성이 증대했다’ ‘비관론이 커졌다’고 언급했다고 전했다.
워싱턴=전웅빈 특파원 imung@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