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과 중국 경기 둔화 경고등이 켜졌다. 미 월스트리트 금융가 수장들은 동시에 내년 경기침체 가능성을 경고했다. 인플레이션과 미 연방준비제도(Fed·연준)의 긴축 정책이 복합적으로 경제에 영향을 미쳐 경제를 끌어내릴 수 있다는 것이다. 국제통화기금(IMF)은 중국 경제 성장률 전망치가 눈에 띄게 어두워졌다고 지적했다.
미국 최대 은행 JP모건체이스 제이미 다이먼(66) 최고경영자(CEO)는 6일(현지시간) CNBC방송과 인터뷰에서 “코로나19 팬데믹 경기부양으로 소비자들이 초과 저축한 1조5000억 달러가 내년 중반쯤 바닥날 것”이라며 “인플레이션이 모든 것을 잠식하고 있다”고 말했다.
그는 경기부양으로 비축한 자금으로 소비자들이 올해 2021년보다 10%가량 더 지출하고 있다고 말했다. 하지만 연준의 긴축 정책으로 기준금리가 5%를 향해가면서 대출자들을 압박하고 있다고 지적했다. 다이먼 CEO는 그러나 “이 정도로는 인플레이션을 잡기에 충분하지 않을 수 있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이런 것들이 경제를 탈선시킬 것”이라고 우려했다.
다이먼 CEO는 다만 “미국의 금융 시스템은 믿을 수 없을 정도로 건전하다”며 2008년 금융위기와 같은 심각한 사태까지는 벌어지지 않을 것으로 분석했다.
글로벌 투자은행 골드만삭스의 데이비드 솔로몬 CEO도 이날 블룸버그와 인터뷰에서 “급여가 감소하고, 감원이 있을 수 있다”며 “(소비자들이) 앞으로 험난한 시기가 될 것을 가정해야 한다”고 말했다. 솔로몬 CEO는 향후 성장 둔화를 예상하고, 내년 미국이 경기침체에 직면할 수 있다고 전망했다. 그는 뉴욕에서 열린 금융서비스 콘퍼런스에서는 “더 혹독한 경제 환경에서 (경제) 활동 수준이 약간 더 제한될 것으로 예상해야 한다”며 자본시장의 활동이 기대만큼 반등하지 않았다고 말했다.
뱅크오브아메리카의 브라이언 모이니핸 CEO도 “소비자들이 지금은 많은 돈을 지출하고 있지만, 증가율이 둔화하고 있다”며 11월 소비자 지출이 5% 증가했지만, 이는 직전과 비교해 낮아진 수치라고 밝혔다.
기타 고피나스 국제통화기금(IMF) 수석부총재는 “중국의 경제전망이 눈에 띄게 어두워졌다”며 “내년 1월 세계 경제 전망치를 발표할 때 중국의 중기 성장 전망치를 낮출 것”이라고 말했다. 그는 연간 6% 수준 성장률 전망치를 4.6%로 낮췄고, 1월에는 더 낮아질 것이라고 말했다.
고피나스 수석부총재는 코로나 제로 정책 이후 경제 재개를 위한 도전, 낮은 백신 접종률, 약한 생산성과 노동력 감소와 같은 인구학적 도전을 언급하며 중국의 성장이 역풍을 맞고 있다고 지적했다.
빈국들 상황은 더 심각하다. 세계은행(WB)은 이날 국제채무보고서를 발표하며 “가난한 국가들이 소득의 많은 부분을 채무 상환에 쓰는 등 채무 불이행 위기가 커지고 있다”고 우려했다. 보고서에 따르면 121개 저·중소득국가의 대외채무는 2021년 말 기준 총 9조 달러(약 1경1800조원)로 10년 전의 2배를 넘어섰다.
세계은행 국제개발협회(IDA)에서 자금을 빌릴 수 있는 최빈국 69개 국가(이하 IDA 국가)의 대외채무는 총 1조 달러로 10년 전보다 3배 가까이 증가했다.
세계은행은 “금리 인상과 세계 성장 둔화로 여러 국가가 채무 위기에 빠질 위험이 있다”며 “가장 가난한 국가의 60%가 이미 채무를 불이행하거나 그럴 위험이 크다”고 진단했다.
워싱턴=전웅빈 특파원 imung@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