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방역 풀었는데 감염자 감소, 못 믿을 中 통계


코로나19 방역 정책을 대폭 완화한 중국에서 신규 감염자가 줄었다는 정부 발표에 대한 불신이 커지고 있다. 현실과 동떨어진 집계 방식을 바꾸거나 아예 발표하지 말아야 한다는 지적이 제기된다.

11일 중국 국가위생건강위원회에 따르면 지난달 27일 4만명에 육박했던 신규 감염자는 2주 만인 지난 10일 1만명 이하로 뚝 떨어졌다. 중국 국무원이 상시적인 유전자증폭(PCR) 검사를 폐지하고 감염자의 자가 격리를 허용하는 내용의 전염병 예방 및 통제 최적화 조치 10개항을 발표한 지난 7일 이후 감소세는 더 가팔라졌다.


그러나 일선 분위기는 180도 다르다. 방역 완화 이후 신속항원 검사에서 양성 반응이 나왔거나 유사 증상을 보이는 사람들이 속출하고 있다. 베이징의 한 주민은 “우리 회사에서만 직원의 절반 이상이 감염됐는데 감염자가 줄었다는 통계를 누가 믿겠느냐”며 “다들 조용히 자가 격리하며 치료하고 있는 상황”이라고 말했다. 베이징 교민 사회에선 감염자만 가입해 정보를 교환하는 단체 대화방이 따로 만들어질 정도로 확산 속도가 빠르다.

상황이 이런데도 정부가 집계하는 감염자 수가 감소한 건 PCR 검사를 하는 인원 자체가 줄었기 때문으로 보인다. 공공건물에 들어가거나 대중교통을 이용할 때 거쳐야 했던 PCR 음성 확인 절차가 대부분 없어지면서 검사 인원이 크게 줄었다. 각 지방정부들은 PCR 검사소를 대거 폐쇄했고 꼭 필요한 경우가 아니면 검사 받지 말라고 권유하고 있다. 신속항원 검사에서 양성 반응이 나와도 PCR 검사를 받지 않고 자가 격리하며 치료하는 경우도 많다. 베이징시 차오양구와 하이뎬구 등은 PCR 혼합 검사에서 양성이 나오면 문자 메시지를 통해 1인 검사를 받을 수 있다고 안내하지만 강제 사항은 아니다. 재검을 받지 않으면 감염자로 집계되지 않는다. 중국은 그동안 한 개의 시험관에 10명의 검체를 혼합 채취해 PCR 검사를 한 뒤 양성 반응이 나오면 개별 검사하는 방식으로 감염자를 추적해왔다.

이렇듯 불신과 혼란만 부추길 바에야 감염자 통계를 발표하지 않는 게 낫다는 주장이 제기된다. 중국 정부 입장을 대변해온 후시진 전 환구시보 총편집인은 SNS에 글을 올려 “신규 감염자가 감소했다는 당국 발표를 누구도 믿지 않는다”며 “제대로 된 숫자를 밝히거나 비공개로 전환하라”고 주장했다.


중국에서 전염병 최고 권위자로 꼽히는 중난산 공정원 원사는 지난 9일 현지 매체 인터뷰에서 “아무리 강력한 예방과 통제로도 오미크론 변이의 전파 사슬을 완전히 차단하기는 어렵다”며 “오미크론의 병원성은 크게 감소했고 치사율도 독감과 비슷한 0.1% 수준으로 떨어졌다”고 말했다. 그는 “감염 후 하루 이틀 동안 열이 내리지 않으면 집에서 항원 검사를 하고 양성이어도 별 증상이 없으면 병원에 갈 필요 없이 집에서 쉬면 된다”며 “감염자 대부분이 자연 호전되기 때문에 약을 사재기할 필요는 없다”고 덧붙였다. 그는 내년 1~2월 집단 감염이 절정에 달하고 상반기 코로나19 이전 생활을 회복할 수 있다고 전망했다. 2003년 사스(SARS) 대응으로 국민 영웅이 된 그는 코로나19 방역 공로를 인정받아 2020년 9월 공화국 훈장을 받았다.

이런 가운데 내년 1월 중국 최대 명절인 춘제 전에 홍콩 주민이 격리 없이 중국을 여행할 수 있을 것이라는 관측이 제기됐다. 홍콩 더스탠더드는 중국 소식통 등을 인용해 방역이 완화되면 홍콩 주민은 중국에서 사흘간 의료적 감시를 받기만 하면 될 것으로 보인다고 보도했다. 중국은 해외 입국자에 대해 시설 격리 5일과 자가 격리 3일 방침을 유지하고 있는데 조만간 이 조치도 완화할 것이라는 전망이 나온다.

베이징=권지혜 특파원 jhk@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