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국 정부가 주민들의 동선을 파악해 지역간 이동을 제한하는 데 활용했던 행적 조회 서비스 ‘싱청카’ 운영을 종료하기로 했다. 중국 내 이동이 전면 자유화되는 것으로 조만간 해외 입국자에 대한 격리 지침도 대폭 완화될 것이라는 전망이 나온다.
중국정보통신연구원은 12일 “공산당 중앙 및 국무원의 요구 사항에 따라 13일 오전 0시부터 위챗과 알리페이 등 주요 SNS 프로그램에서 싱청카 서비스를 공식 종료한다”고 밝혔다. 싱청카는 이용자가 최근 7일 동안 방문한 지역 정보를 수집해 고위험 지역 등에 머문 경우 다른 곳으로 이동하지 못하게 하는 방역 통행증 역할을 했다. 중국 국무원 코로나19 대응 합동 방역 통제기구가 지난 7일 상시적인 유전자증폭(PCR) 검사 및 확인 절차를 폐지한 데 이어 행적 조회도 없애면서 중국 내 이동은 코로나19 이전 수준으로 회복됐다.
중국 정부가 국경 재개방에 속도를 낼 것이라는 신호도 감지되고 있다. 홍콩 사우스차이나모닝포스트(SCMP)는 이날부터 홍콩의 화물차 운전사들이 검문소 입경 절차 없이 사전 신고만 하면 중국 본토로 바로 이동할 수 있게 됐다고 보도했다. 중국 SNS에는 현재 ‘5+3’(시설 격리 5일, 자택 격리 3일)인 격리 방침이 오는 19일 ‘2+3’으로, 다음 달 9일부터는 ‘0+3’으로 줄어들 것이라는 글이 계속 올라오고 있다. 당국의 공식 발표는 없지만 쓰촨성 청두 등 일부 지역에선 5일간 시설 격리가 끝나면 3일 자택 격리를 면제한 사례도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중국 정부는 위드 코로나로 급격히 전환하고 있지만 지난 3년간 제로 코로나 정책에 익숙해진 주민들은 감염 공포에 외출을 꺼리고 있다. 정부 통계에 잡히지 않은 감염자가 급증하면서 영업을 재개한 식당들도 직원을 구하지 못해 다시 문을 닫거나 손님이 없어 한산한 모습이다.
반면 약국과 발열 진료소 앞에는 해열제와 독감치료제, 신속항원 검사 키트 등을 사려는 사람들이 몰리고 있다. 일부 지역에선 해열 진통제인 이부프로펜과 파라세타몰에 대해 배급제가 시작됐다. 홍콩에서도 일부 시민들이 중국에 있는 지인에게 보낼 해열제와 치료제를 사재기하면서 재고가 바닥났다고 한다.
3급 발열 환자 응급센터에서 근무하는 한 의료진은 현지 매체 시대재경에 “발열 환자들을 위해 확보한 병실이 꽉 차 일반 환자 병실에 코로나19 감염자를 함께 수용하고 있다”며 “우리 부서 간호사 2명만 빼고 모두 감염됐다”고 말했다. 병원 내에서 감염이 확산되면 안 그래도 취약한 의료 체계에 더 큰 혼선이 빚어질 수 있다는 우려가 커지고 있다. 베이징응급센터 주임 의사 천즈는 베이징일보 인터뷰에서 “하루 5천건이던 구급 요청 전화가 최근 3만건으로 치솟아 시의 대응 역량을 넘어섰다”고 말했다.
베이징=권지혜 특파원 jhk@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