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 중앙은행인 연방준비제도(Fed·연준)가 ‘빅스텝’(한 번에 0.5% 포인트 금리 인상)을 단행했다. 4연속 ‘자이언트 스텝’(한 번에 0.75% 포인트 금리 인상)에서 한발 물러나 긴축 속도를 조절한 것이다. 연준은 그러나 내년 인플레이션 진전이 예상보다 오래 걸릴 수 있다고 봤다. 특히 최종 목표 금리가 5.0% 이상이 될 것을 시사하며 추가 긴축 의지를 강조했다.
연준은 14일(현지시간) 이틀간의 연방공개시장위원회(FOMC) 정례회의를 마친 뒤 기준금리를 4.25∼4.50%로 올린다고 밝혔다. 지난 2월까지 ‘제로’(0) 수준이던 미 기준금리는 불과 10개월 만에 2007년 이후 최고 수준으로 뛰어올랐다. 한국(3.25%)과의 금리 차는 1.0~1.25%로 확대됐다.
연준의 속도 조절은 인플레이션 데이터가 하향 추세에 있고, 과도한 긴축이 경기 침체를 일으킬 수 있다는 우려가 제기된 데 따른 것이다. 지난 11월 소비자물가지수(CPI) 상승률은 전년 같은 달보다 7.1%로 지난해 12월 이후 가장 낮은 수준까지 내려왔다. 연준은 내년 국내총생산(GDP) 전망치도 0.5% 증가로 지난 9월 예측(1.2%)보다 0.7% 포인트 낮췄다.
제롬 파월 의장은 “이제는 (인상) 속도가 중요한 게 아니라 최종 금리를 어느 정도 수준으로 할지를 생각하는 게 훨씬 더 중요하다”며 “어느 시점에는 긴축 기조를 얼마나 오래 유지할지가 가장 중요한 질문이 될 것”이라고 말했다.
연준은 그러나 긴축 방향이 당장 바뀌지 않을 것을 여러 차례 강조했다. 실제 FOMC 위원 19명 중 17명이 내년 최종 금리가 5%를 넘어설 것으로 전망했다. 위원 10명은 내년 최종 금리 전망을 5.125%(5.00~5.25%)로 예상했다. 이는 지난 9월 예측 중간값(4.6%)보다 0.5% 포인트 이상 높다. 내년 목표 금리를 5.375%(5.25~5.50%)로 예측한 위원도 5명이나 됐다. 이는 연준이 내년에도 최소 2~3차례 추가 인상을 추진한다는 의미다.
파월 의장은 “현재 데이터를 바탕으로 생각하는 최선의 추정치”라며 “우리가 다음에 목표 금리 추정치를 더 올리지 않을 것이라고 자신 있게 말할 수는 없다”고 말했다. 인플레이션 상황에 따라 긴축 수준을 더 강화할 여지도 있다는 것이다.
연준은 내년 인플레이션 회복 속도가 기존 예상보다 더딜 것으로 판단했다. 연준은 변동성이 큰 식품 및 에너지를 제외한 핵심 개인소비지출(PCE) 가격지수가 내년 말 3.5% 수준이 될 것으로 전망했는데, 이는 지난 9월 전망치(3.1%)보다 0.4% 포인트 높다.
파월 의장은 ”서비스 물가상승률이 빠르게 내려가지 않을 것이라는 전망이 있다. 우리가 금리를 올리고 높은 수준을 한동안 유지해야 할 것으로 생각하는 이유”라고 말했다.
파월 의장은 “우리가 아직 충분히 제약적인 (통화) 정책 스탠스에 이르지 못했다는 것이 오늘 우리의 판단”이라며 “물가상승률이 지속적인 내리막길에 접어들었다고 확신하려면 더 많은 증거가 필요하다”고 말했다. 이어 “물가상승률이 2% 목표치를 향해 지속해서 내려간다고 위원회가 확신할 때까지는 금리 인하를 고려하지 않을 것”이라며 “아직 갈 길이 좀 더 남았다. 당분간 긴축 기조를 유지해야 할 것”이라고 말했다.
뉴욕타임스(NYT)는 “연준은 실업률이 현재 3.7%에서 내년 4.6%로 급격히 증가하고, 이후 수년 동안 높은 수준을 유지할 것으로 예상한다”며 “성장도 이전 예측보다 훨씬 더 약해져 경제를 침체 직전까지 몰고 갈 것”이라고 분석했다.
워싱턴=전웅빈 특파원 imung@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