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크라이나 전쟁에서 고전하고 있는 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이 ‘우방’ 벨라루스를 방문하며 벨라루스군의 참전 가능성이 커지고 있다. 참전을 압박해온 푸틴 대통령이 직접 등판하며 러시아가 연말 전후로 총공세에 나설 것이란 관측도 나온다.
19일(현지시간) 로이터통신에 따르면 푸틴 대통령은 이날 정부 주요 인사들과 함께 벨라루스 수도 민스크를 방문해 알렉산드르 루카셴코 벨라루스 대통령과 회담했다. 푸틴 대통령의 벨라루스 방문은 2019년 6월 이후 3년6개월 만이다.
크렘린궁은 “러시아와 벨라루스의 전략적 동반자 관계, 동맹 관계의 발전을 위한 핵심 쟁점, 국제와 지역 내 시급한 문제 등을 논의했다”고 발표했고, 루카셴코 대통령도 “경제 협력, 에너지 공급, 국방 및 안보에 대해 논의했다”고 밝혔다.
이번 회담을 두고 우크라이나는 사실상 러시아가 확전 의지를 나타낸 것이라고 보고 있다. 우크라이나 합동군 사령관인 세르히 나예프는 “이번 회담에서 러시아의 추가 공격과 벨라루스의 우크라이나 작전 개입 등에 대한 의문이 해소될 것”이라고 내다봤다.
실제로 벨라루스 내에서 러시아군의 움직임은 심상치 않다. 러시아 국방부는 이날 벨라루스에 파견된 러시아군이 전술훈련에 돌입했다고 밝혔다. 현재 러시아군 약 1만명은 우크라이나·벨라루스 국경에 배치돼 있다. 지난주에는 러시아 전투기 등이 현지에 배치돼 추가 군사훈련 준비를 마친 것으로 전해졌다. 발레리 잘루즈니 우크라이나군 최고사령관은 지난주 이코노미스트지 인터뷰에서 “러시아가 동남부 및 벨라루스에서 대규모 공격을 계획, 20만 병력을 추가 배치 중”이라고 밝혔다.
관건은 루카셴코 대통령의 참전 여부 결정이다. 루카셴코 대통령은 지난 2월 전쟁 개시 이후 간접적으로 러시아를 지원했지만 직접 참전은 거부해 왔다. 정치적 입지도 매우 불안한 상황이다. 로이터통신은 “루카셴코는 우크라이나에 군대를 투입하는 것이 국내에서 매우 인기 없는 조치가 되리라는 것을 알고 있다”면서도 “그러나 그는 이미 러시아를 광범위하게 지지해 왔다”고 분석했다.
볼로디미르 젤렌스키 우크라이나 대통령은 즉각 확전을 대비하는 모양새다. 그는 심야 연설에서 “벨라루스군의 현재 상황에 대해 파악하고, 우리 군의 준비 태세를 점검했다”며 “가능한 모든 방어 시나리오를 준비하고 있다”고 말했다.
전쟁의 향방은 주중 이뤄질 푸틴 대통령의 ‘중대 발표’에 따라 좌우될 것으로 보인다. 러시아 국영방송 VGTRK는 “우리는 이번 주 중 푸틴 대통령의 중대 발표를 기다리고 있다”고 보도했고, 독일 DPA통신은 중대 발표에 대해 “러시아 현 체제를 전시체제 국면으로 전환하는 내용이 될 수 있다”고 예측했다.
일각에서는 벨라루스에 있는 러시아군이 특별군사훈련을 거쳐 우크라이나 북부에서 진격, 수도 키이우를 다시 공격할 가능성도 제기된다.
박재현 한명오 기자 jhyun@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