북한이 오는 15일 태양절(김일성 생일)에 핵실험이나 대륙간탄도미사일(ICBM) 발사 등 추가 도발할 가능성이 있다고 미국 국무부가 밝혔다. 미 국무부는 북한의 잇따른 도발에 대응해 신뢰할 만한 억지력을 보여주는 강력한 조치를 취하겠다고 경고했다.
성 김() 미 국무부 대북특별대표는 6일(현지시간) 전화 브리핑에서 “태양절을 계기로 북한의 추가 도발 행위가 있을 것으로 예상한다”며 “우리는 한국, 일본 정부와 긴밀하게 소통해왔고 계속해서 조율할 것”이라고 말했다. 김 대표는 ‘그것이 핵실험에 대한 우려인가’라는 질문에 “너무 많은 추측을 하고 싶지는 않지만 또 다른 미사일 발사일 수도 있고 핵실험일 수도 있다고 생각한다”고 답했다. 그는 북한에 여러 방식으로 조건 없는 대화를 제의했지만 아무런 답변을 받지 못했다고 말했다. 이어 2018년 6월 싱가포르 북·미 정상회담 공동합의문이 너무 모호하다는 비판을 인정하면서도 “완전한 비핵화를 향한 로드맵을 만드는 데 유용한 기초를 형성할 것으로 믿는다”고 강조했다.
북한은 태양절이나 광명성절(김정일 생일) 등 주요 기념일에 무력시위를 하며 대내외 메시지를 발신하는 행태를 보였다. 이번 달은 11일 김정은 국무위원장이 노동당 제1비서로 추대된 지 10주년, 15일 태양절 110주년, 25일 조선인민혁명군(항일유격대) 창건 90주년 등 대형 기념일이 줄줄이 예정돼 있다.
더군다나 북한은 이미 ICBM 발사로 핵·미사일 유예(모라토리엄) 파기라는 레드라인을 넘었다. 또 핵실험 준비 정황이 계속 포착되고 있어 강행 가능성이 크다는 분석이 제기된다.
웬디 셔먼 미 국무부 부장관은 이날 하원 외교위원회 청문회에 출석해 방미 중인 윤석열 대통령 당선인의 한·미정책협의대표단이 미국 인사들과 하는 논의 중 많은 부분이 북한 대응에 관한 것이라고 설명했다. 그러면서 “이는 우리가 북한의 공격에 대응해 신뢰할 만한 억지력을 갖고 있음을 보여주는 것”이라고 말했다.
다만 북한이 태양절에 맞춰 핵실험을 하기에는 시간이 촉박하다는 관측도 나온다. 군과 정보 당국에 따르면 북한은 여전히 풍계리 핵실험장 갱도 복구 작업을 진행 중인 것으로 전해졌다. 통상 북한이 핵실험을 하기 전 갱도 안에 장비를 들이는 행렬이 포착되거나 폭발 데이터를 기록하기 위한 케이블을 설치하는 등의 움직임이 목격된다. 과거 사례를 보면 적어도 핵실험 1주일 전에는 이런 준비가 완료돼야 한다. 북한이 7차 핵실험을 강행한다면 폭발력을 키우는 데 집중했던 1~6차 때와 달리 핵탄두 소형화를 위한 것일 가능성이 커 이전보다 더 정교한 준비가 필요할 것으로 보인다.
홍민 통일연구원 북한연구실장은 “북한이 태양절에 군 정찰위성이나 잠수함발사탄도미사일(SLBM)을 시험 발사한 뒤 이후에 핵실험을 할 수도 있다”고 말했다. 군 관계자는 “관심 지역과 시설을 면밀히 추적 감시하고 있고 대비 태세를 유지하고 있다”고 말했다.
워싱턴=전웅빈 특파원, 김영선 기자 imung@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