탄핵으로 대통령직을 박탈당한 페드로 카스티요(53) 전 페루 대통령 가족에 멕시코 정부가 망명 신청을 받아들였다. 이에 격분한 페루 정부는 멕시코 대사 추방으로 맞대응해 양국의 갈등의 골이 깊어지고 있다.
로이터통신은 마르셀로 에브라르드 멕시코 외교장관이 20일(현지시간) 대통령궁 정례 기자회견에서 “카스티요 전 대통령 가족이 리마에 있는 멕시코 대사관에 머물고 있다”고 밝혔다고 보도했다. 에브라르드 장관은 “(카스티요 대통령 가족들이) 멕시코 영토에 있는 만큼 이미 망명은 이뤄진 것”이라고 밝혔다. 또 멕시코 본토로 가족을 안전하게 데려올 방안을 페루 정부 측과 협상하고 있다고 강조했다.
멕시코 일간 레포르마는 스티요 전 대통령 가족으로는 아내와 두 아들, 처제 등이 있다고 전했다. 다만 이들이 모두 멕시코 대사관에 체류하고 있는지는 아직 확인되지 않았다. 영부인이었던 릴리아 파레데스와 처제 예니퍼 파레데스는 카스티요 전 대통령 등과 함께 뇌물 등 혐의로 검찰 조사를 받고 있다. 에브라르드 장관은 “카스티요 가족들이 페루를 떠나고 싶다고 하면 그렇게 하기 위한 (준비) 조처를 하고 있다”고 밝혔다.
카스티요 전 페루 대통령은 지난 7일 의회로부터 탄핵당한 직후 멕시코대사관으로 피신하던 중 반란 및 음모 혐의로 경찰에 체포됐다. 9일에는 파블로 몬로이 주페루 멕시코 대사가 구금된 카스티요 전 대통령을 방문해 안드레스 마누엘 로페스 오브라도르 멕시코 대통령에게 보내는 ‘망명 신청’ 서한을 받았다고 전했다.
카스티요 전 대통령은 2024년 6월까지 예비적 구금 명령을 받고 페루 수도 리마에 수감돼 있다. 그는 지난해 7월 취임 일성으로 “부패 없는 나라”라는 표어를 내세웠으나, 취임 초기부터 부패 의혹이 불거졌다. 카스티요 전 대통령은 우파가 장악한 의회가 취임 첫날부터 탄핵을 추진하자 의회 해산 카드로 맞서는 등 갈등을 빚었다.
페루 정부는 이번 조처에 항의 뜻으로 몬로이 멕시코 데사를 ‘페르소나 논 그라타(외교적 기피 인물)’로 지정했다. 로이터는 아나 헤르바시 페루 외교장관이 “(몬로이) 대사는) 72시간 안에 우리나라를 떠나야 한다”고 했다며 그가 추방 명령을 공식화했다고 전했다.
한명오 기자 myungou@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