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국 내 코로나19 사망자 폭증으로 장례 시스템이 사실상 마비됐다는 소식이 이어지는 가운데 상하이의 한 아파트 주차장에서 시신을 화장하는 영상이 공개돼 충격을 주고 있다.
블룸버그통신은 지난 4일 상하이에서 진행된 한 장례식 참석자를 인용해 상하이의 한 화장시설이 하루 500구 이상의 시신을 화장해야 한다고 보도했다. 이는 평소 시설이 수용하는 시신의 약 5배 수준이다.
영국 정보분석업체 에어피니티에 따르면 현재 중국의 코로나19 사망자 수는 하루 9000명 정도로 추산된다. 이에 따라 화장·장례시설에도 비상이 걸렸다고 한다.
화장·장례 시스템 부족 사태로 인해 유족들은 격식을 갖춘 제대로 된 장례는 고사하고 자체적으로 화장에 나서고 있다. 통신은 “고인과 유족의 존엄성이 박탈당하고 있다”고 지적했다. 상하이 한 화장시설의 직원도 “지금 전체 시스템이 마비됐다”며 “누구도 감당할 수 없을 정도로 바쁘다”고 전했다.
이 가운데 상하이 현지 아파트 주차장을 화장터로 사용하는 영상이 SNS에 확산했다. 지난 2일 한 네티즌이 트위터와 웨이보 등에 올린 영상에는 상하이 주민들이 차량이 늘어선 아파트 지상 주차장 한쪽에서 시신과 조화 등을 태우는 모습이 담겼다.
다른 영상에는 유족으로 추정되는 20여명의 사람이 흰 가운과 마스크를 착용한 채 불길 주변을 둘러싸고 화장 과정을 지켜보는 모습이 담겼다.
홍콩 명보에 따르면 상하이 교통대 의과대 부속 루이진 병원 천얼전 부원장은 상하이의 주민 가운데 70%가량이 이미 코로나19에 감염됐을 수 있다는 진단을 내놨다. 상하이의 인구는 약 2500만명으로, 70%는 1750만명 수준이다.
공개된 영상에는 네티즌들이 ‘불쾌하다’는 의견과 ‘안타깝다’는 의견 등을 남겼다. 한 네티즌은 “앞으로 누가 저 자리에 차를 세우겠느냐”며 공공장소인 동네 주차장에서 화장하는 것은 좋지 않은 행동이라고 지적했다. 다른 네티즌은 “화장장 바닥까지 시신이 넘친다는데 저런 선택을 한 유족의 마음은 어떻겠냐”고 맞섰다.
이 영상을 보도한 벨라루스 매체 ‘넥스타’(NEXTA)는 “고인의 유족들이 필사적인 조치를 취하고 있다”고 평가했다.
한편 세계보건기구(WHO)는 중국이 확진자 및 중증 환자, 사망자 수를 축소해 발표하고 있다고 지적했다. 마이클 라이언 WHO 비상 대응팀장은 “현재 중국에서 발표되는 통계는 코로나19로 입원한 환자 수와 중환자 입원 사례 수, 사망자 수 등 측면에서 코로나19의 진정한 영향을 과소평가한 결과라고 믿는다”고 밝혔다.
라이언 팀장은 특히 코로나19 유행의 심각성을 판단하는 핵심 기준인 사망자 통계를 중국이 과소 산정하고 있다는 게 문제라고 지적했다.
중국 정부는 고강도 방역 정책을 포기한 이후 하루 사망자가 5명 미만이라는 발표를 내놓고 있다.
김성훈 기자 hunhun@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