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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크롱 재선이냐, 극우 르펜 집권이냐… 佛 대선 24일 결선 투표

재선에 도전하는 에마뉘엘 마크롱 대통령과 극우 성향의 마린 르펜 국민연합(RN) 후보가 프랑스 대선 1차 투표에서 나란히 1, 2위를 차지하며 오는 24일 결선 투표에서 최종 승부를 가리게 됐다. 프랑스가 20년 만에 재선 대통령을 배출할 것인지, 아니면 사상 첫 여성 대통령이자 첫 극우 정당 출신 대통령이 탄생할 것인지 관심이 쏠린다.

11일(현지시간) 프랑스 내무부에 따르면 개표 99% 수준에서 마크롱 대통령은 27.6%, 르펜 후보는 23.4%의 득표율을 기록하며 결선 진출을 확정했다. 극좌 성향의 장뤼크 멜랑숑 굴복하지않는프랑스(LFI) 후보가 21.4%로 3위를 기록했다. 프랑스는 1차 투표에서 과반 득표자가 없는 경우 1, 2위 후보가 결선을 진행한다.

이로써 마크롱 대통령과 르펜 후보 간 대결은 5년 만에 재연됐다. 이들은 2017년 대선 1차 투표에서 각각 24.01%, 21.30%를 득표했다. 2차 결선 투표에서 마크롱 대통령(66.10%)이 르펜 후보(33.90%)를 2배 가까운 표차로 누르며 최종 승리한 바 있다.

최종 승부는 프랑스 특유의 ‘공화국 전선(Front republican)’과 현 정부 반대파인 ‘반마크롱’ 전선에서 어느 세력이 더 결집하느냐에 따라 갈릴 것으로 보인다. 공화국 전선은 나치 지배를 경험한 프랑스가 극우 성향의 대통령만큼은 배출할 수 없다는 일념으로 주요 선거마다 연합전선을 형성해 왔다. 2002년과 2017년 대선에서도 극우 세력이 커지자 공화국 전선이 뭉치며 정권을 지킨 바 있다.

이번 1차 투표 직후에도 극우 후보 1명을 제외한 나머지 후보들은 마크롱 대통령에게 힘을 실어줬다. 마크롱 대통령은 1차 투표 직후 “극우파 성향의 인물이 프랑스를 대표할 때면 국민은 일이 잘돼가고 있다는 느낌을 받지 못한다”며 “1차 투표에서 우리를 선택하지 않은 사람들을 설득해야 한다”고 말했다.

하지만 르펜 후보의 상승세도 만만치 않다. 르펜 후보는 강경 극우 이미지를 희석하는 대신 실생활과 연관된 공약을 쏟아내고 있다. 실제 프랑스의 최대 문제로 꼽히는 인플레이션 해결을 위해 20%인 부가가치세(VAT)를 5.5%까지 낮추고 30세 미만 국민에게는 소득세를 부과하지 않겠다는 공약을 통해 우파를 결집해 꾸준히 지지율을 끌어올리고 있다. 또한 그보다 더 극우로 평가받는 에리크 제무르 후보가 대선판에 합류해 르펜 후보의 극우 이미지가 상대적으로 희석됐다는 점도 변수로 꼽힌다.

르펜 후보는 1차 투표 직후 “마크롱은 분열과 무질서를 내세우고 있다”며 “마크롱에게 투표하지 않은 모든 사람은 나에게 투표하라”고 촉구했다.

뉴욕타임스(NYT)는 “이번 2차 투표 격차가 5년 전보다 훨씬 좁혀질 것”이라며 “2주 동안 선거운동과 첫 양자토론이 판세를 뒤집을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고 분석했다.

박재현 기자 jhyun@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