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이 러시아 정교회의 ‘크리스마스’를 맞아 6일 정오부터 7일까지 36시간 휴전을 명령했다.
러시아가 지난해 2월 우크라이나를 침공한 이후로 시한부이기는 하지만 전면적인 휴전을 군에 명령한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격전지 마리우폴 등에서 민간인들이 대피할 수 있도록 휴전이 합의된 적은 있지만 잘 지켜지지 않았다.
5일(현지시간) 로이터·AFP 통신 등에 따르면 푸틴 대통령은 이날 우크라이나 전쟁에 참전 중인 자국 군인들에게 6일 정오부터 7일 자정까지 휴전할 것을 지시했다. 이는 러시아 정교회 수장인 키릴 총대주교가 이 기간 성탄절을 기념해 달라고 촉구한 데 따른 것으로 보인다.
앞서 키릴 총대주교는 같은 날 “전쟁 당사국이 6일 낮 12시부터 7일 밤 12시까지 휴전하고 정교회를 믿는 사람들이 성탄 전날과 당일 예배에 참석할 수 있도록 해달라”고 요청했다.
레제프 타이이프 에르도안 튀르키예 대통령도 이날 푸틴 대통령과 전화 통화에서 키릴 총대주교의 제안대로 러시아가 휴전을 선언하는 게 어떻겠느냐고 제안했다.
크렘린궁은 이날 성명을 통해 “푸틴 대통령은 키릴 총대주교의 호소를 고려해 정해진 기간에 우크라이나의 러시아군이 휴전 체제를 도입할 것을 국방부 장관에게 지시했다”고 밝혔다.
크렘린궁은 “정교회를 믿는 많은 시민이 우크라이나에 살고 있다는 점을 고려해 휴전을 선언한 것”이라며 “그들이 예배에 참석할 수 있기를 바란다”고 덧붙였다.
우크라이나 측은 러시아가 자국군에 대한 명령 형식을 빌어 내놓은 일시적 휴전 메시지에 대해 위선적이라고 반응했다.
미하일로 포돌랴크 우크라이나 대통령 보좌관은 이날 크렘린궁의 발표 후 트위터에 “위선적 행위를 그만하라”고 적었다.
그러면서 “러시아와 달리 우크라이나는 외국의 영토를 공격하거나 민간인을 숨지게 하지 않고 자국 영토 내 점령군 구성원만 공격한다”면서 “러시아가 우크라이나의 점령지를 떠나야 한다. 그래야만 ‘일시적 휴전’이라는 것도 있는 것”이라고 지적했다.
정교회는 개신교와 가톨릭보다 13일 늦은 1월 7일을 성탄절로 기념한다. 세계적으로 통용되는 표준 달력 ‘그레고리력’이 아니라 고대 로마 황제 율리우스 카이사르가 제정한 ‘율리우스력’을 따르기 때문이다.
우크라이나 정교회 역시 그동안 1월 7일을 성탄절로 기려왔다. 그러나 지난해 11월부터 성탄절을 12월 25일로 옮겨 치르는 것을 허용했다. 이를 두고 일각에서는 전쟁 발발 이후 러시아 정교회와 거리를 벌리는 조치라는 분석이 나왔다.
구자창 기자 critic@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