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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향 사랑·회원 친목 무색…감투다툼 ‘눈살’

지난 세모에 들려왔던 미주 한인사회 대표 단체 충청향우회의 집안싸움이 새해까지 이어지고 있어 눈살을 찌푸리게 하고 있다. 단체의 집안 싸움은 뉴밀레니엄이 막 시작됐던 2000년대 까지만 해도 한인회를 비롯해 전문가 집단인 은행 이사회 등 거의 모든 단체나 기관에서 연례행사처럼 발생해 당연한 것처럼 여겨졌었다.단체의 정기총회나 이사회를 취재하다 보면 현 회장단을 지지하는 인사들과 반대편에 선 인사들 사이에 고성과 막말이 오가고 때론 물리적인 충돌까지 발생해 경찰이 출동하는 사태가 빈번했다. 소송전을 벌이거나 양측이 미는 회장단이 동시에 출범하는 ‘한 지붕 두 가족’ 사례도 흔했다. 취재 기자들 사이에 싸움이 없으면 ‘심심한 취재’라는 말이 나오기도 했다. 그러나 한인사회의 연륜이 깊어지면서 이같은 단체 집안 싸움은 구시대의 유물이 됐다.지난 1993년 5월 출범해 한 번의 내분도 없었던 30년 역사의 ‘남가주 충청향우회’가 최근 회장 추천을 놓고 내분에 휩싸였다. 한인사회 대표적인 모범 단체로 자리매김했던 터라 그 충격은 더 크게 다가왔다.충청남북도 출신 한인들로 구성된 충청향우회는 이청광 초대 회장 이후 지금까지 회장이 충남 출신일 경우 수석부회장을 충북 출신이 맡고, 1년간의 회장 임기가 끝나면 수석 부회장이 차기 회장직을 이어 받는 아름다운 전통을 이어 왔다. 남가주 충청향우회가 “역시 ‘충청도 양반’들은 다르다”는 찬사를 받는 이유였다. 특히 남가주 충청향우회는 1990년대 말부터 심한 화상을 입은 충청 지역 어린이 300여명을 미국으로 초청해 슈라이너 아동병원에서 치료받게 하는 등 고향 사랑도 지극해 한인사회는 물론, 주류사회에 큰 감동을 선사했다.이번 충청도 양반들의 내분을 살펴보면 사무엘 서 전 회장이 수석부회장으로 내정됐던 이정희씨를 제치고 이은지 사무총장을 수석부회장으로 임명한데서 비롯됐다. 이후 향우회 운영 등에 이의를 제기한 향우회 원로들이 비상대책위원회를 만들었고 이에 서 전회장 측이 원로들의 의견을 무시하고 이은지씨를 회장으로 선임해 사태가 악화됐다. 비상대책위 측에서는 당초 수석부회장으로 내정됐던 이정희씨를 회장으로 추대했고 한국의 충청향우회중앙회 이진삼 총재를 초청, 이정희 회장 취임행사를 열어 무게를 더했다.양측은 이은지씨와 이정희씨의 충청향우회 자격을 놓고 광고와 언론을 통해 주장을 굽히지 않고 있다. 해결 방안을 묻는 기자의 질문에 원로그룹 비대위측은 “이정희 회장 취임식을 마치고 나서 정기 총회를 열어 해결 방안을 찾아보겠다”고 말했다.향우회는 권력 단체가 아니다. 개인의 시간과 경비를 들여 향토의 발전과 회원들을 위한 봉사 단체다. 하루가 다르게 바뀌는 세월 속에서도 어른을 존경하고 후배를 사랑하는 것은 도도히 이어져온 한민족 특유의 전통이다. 원로없이 오늘의 단체도 한인 사회도 없었을 것이다. 또한 젊은이들 없이는 단체도 한인사회도 없을 것이다. 한 발짝씩 양보해 모범 단체 남가주 충청향우회의 위상을 되찾길 기대해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