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 전기차 기업 테슬라 최고경영자(CEO) 일론 머스크는 SNS 플랫폼 트위터를 놓고 무엇을 구상할까. 머스크는 수조원을 들여 트위터 최대주주 자격을 얻고도 이사회에 합류하지 않았다. 이로 인해 적대적 인수합병(M&A)에 나설 것이라는 전망이 힘을 받기 시작했다. 트위터는 변화의 갈림길에 놓였고, 머스크는 여전히 자신의 역할을 구체적으로 제시하지 않고 있다.
미국 블룸버그통신은 11일(현지시간) “머스크가 트위터를 완전하게 인수하기 원할 경우 적대적 M&A를 주주들에게 제시할 수 있다”고 전망했다.
미국 증권사 웨드부시 애널리스트 댄 아이브스는 “머스크가 트위터 이사회에서 전략에 도움을 줄 수 있었지만, 이제는 양자 간 ‘왕좌의 게임’을 벌일 가능성이 있다”고 말했다. 머스크와 트위터의 기존 이사진이 미국 드라마 시리즈 ‘왕좌의 게임’처럼 권력 투쟁을 벌일 수 있다는 얘기다.
아이브스는 “머스크가 트위터에 더 적대적 입장을 취할 수도, 적극적 투자자로서 지분을 추가로 사들일 수도 있다”고 전망했다. 머스크가 그동안 주장해온 것처럼 트위터의 운영 방식에 변화를 주기 위해 인수합병을 통한 경영진 교체, 혹은 지분을 추가로 늘리는 방식을 택할 수 있다는 의미로 해석된다.
미국 증권거래위원회(SEC)는 지난 4일 머스크에게서 ‘트위터 주식 7350만주를 사들였다’는 지분 매입 내역을 제출받아 공개했다. 머스크의 트위터 주식 보유량은 회사 전체 지분의 9.2%에 해당한다. 이로써 머스크는 트위터 최대주주가 됐다. 머스크의 트위터 지분 가치는 SEC 공시 전 마지막 거래일인 지난 2일 종가 기준으로 28억9000만 달러(3조5100억원)에 달한다.
트위터는 머스크가 사실상 유일하게 활용하는 SNS다. 8000만명 이상의 팔로어와 연결돼 있다. 머스크가 트위터에서 다른 유명인과 다른 점은 왕성한 활동력에 있다. 머스크는 트위터로 들어오는 질문에 답하는 선에서 그치지 않고 다른 계정에 댓글을 달며 적극적으로 소통하고 있다.
머스크는 당초 이사회 참가를 통해 트위터 경영에 참여할 것으로 예상됐다. 실제로 트위터는 지난 5일 머스크의 이사회 합류를 발표했다. 하지만 1주일 뒤인 지난 11일 파라그 아그라왈 트위터 CEO는 자신의 계정에 “머스크가 우리 이사회에 참가하지 않기로 결정했다”고 적어 기존의 발표를 뒤집었다.
머스크가 이사회에 합류하지 않는 이유를 놓고 여러 추측만 나온다. 미국 일간 뉴욕타임스는 “머스크가 이사회에 합류하지 않으면서 트위터와 합의에 구속되지 않을 수 있다”고 지적했다. 머스크는 이사회의 일원으로 들어가면 트위터 지분의 14.9% 이상을 보유할 수 없다. 머스크의 이사회 합류 포기는 지분을 더 늘리기 위한 목적일 수 있다는 얘기다.
머스크는 오탈자 수정이나 입장 정정을 위한 트윗 편집을 포함한 트위터 기능에 대한 설문조사를 자신의 계정에서 진행하며 경영 참여 의사를 드러내왔다. 당장 트위터 지분 변경할 계획 없지만 다양한 요인을 고려해 적시를 판단해 행할 가능성을 내비쳤다.
블룸버그통신은 머스크의 트위터 이사회 참여 거부에 대해 미국 증권당국 조사와 연관됐을 가능성도 제기했다. 미국 증권법상 특정 기업의 지분을 5% 초과해 보유하면 지분 취득 후 휴일을 포함한 10일 안에 공시해야 한다. 하지만 머스크는 트위터 지분 취득 공시 규정을 어겼다.
블룸버그통신은 “머스크가 공시에 늦었고, 수동적 투자자라고 설명한 지 얼마 지나지 않아 이사회로 합류하면 복잡한 상황에 놓일 수 있다”고 지적했다. 머스크의 이사회 참여 거부가 증권당국 조사를 피할 목적일 가능성이라는 얘기다.
김철오 기자 kcopd@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