파키스탄에서 K팝 그룹 방탄소년단(BTS)을 만나기 위해 한국으로 가겠다며 집을 떠난 10대 소녀 2명이 1200㎞ 떨어진 곳에서 경찰에 발견됐다고 미국 뉴스채널 CNN이 11일(현지시간) 보도했다.
각각 13세와 14세인 두 소녀가 실종된 곳은 파키스탄 남부 연안 도시 카라치 코랑기다. 소녀들의 실종 신고는 지난 7일 카라치 경찰에 접수됐다. 카라치 경찰국장 아브라즈 알리 아바시는 실종 신고 접수 당시 성명에서 “경찰이 소녀들의 집을 수색하는 과정에서 BTS를 만나기 위해 한국으로 여행을 떠날 계획을 쓴 일기장을 발견했다. 열차 시간표, 다른 친구들과 동행 계획이 적혀 있다”고 발표했다.
소녀들은 사흘 만인 지난 10일 파키스탄 북동부 라호르에서 발견됐다. 경찰은 일기 내용으로 추정한 라호르 기차역에서 열차를 타고 도착한 소녀들을 찾아냈다. 카라치 경찰은 라호르 경찰과 함께 소녀들의 귀가 방법을 조율하고 있다. CNN은 인터넷 지도를 활용해 카라치에서 라호르까지 직선거리를 표시하고 “750마일(약 1207㎞) 떨어진 곳”이라고 소개했다.
아바시는 이번 사건에 대해 “아이들의 스크린타임(스마트폰의 사용 제한 기능)을 점검해 달라. 온라인상에서 무엇을 보는지 알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아이들을 방치하지 말아 달라고 부모들에게 당부하는 취지로 보이지만, 10대들의 ‘팬심’을 통제하라는 지역 경찰국장의 발언은 결국 파키스탄의 폐쇄적인 사회 분위기만 부각하고 말았다.
문화 전문기자 라비아 메흐무드는 CNN에 “두 소녀가 아이돌을 위해 위험을 감수한 건 놀라운 일이 아니다”라며 “팬으로 활동할 더 안전한 환경을 확보했다면, 소녀들이 위험을 감수하는 대신에 공개적이고 자유롭게 행동했을 것”이라고 지적했다. ‘팬심’을 자유롭게 발휘할 환경이었다면 말 없이 떠나지도 않았을 것이라는 얘기다.
김철오 기자 kcopd@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