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시다 후미오 일본 총리가 한·일 관계 개선 의지를 연일 강조하고 나섰다. 일제강점기 강제징용 피해배상 해법 등에 대한 한국 정부 노력에 긍정적 견해를 피력하며 관계 회복 의지를 보인 것으로 풀이된다.
기시다 총리는 14일(현지시간) 미국 워싱턴DC에서 가진 기자회견에서 “(1965년) 한·일 국교정상화 이후 우호관계 기반을 바탕으로 한 건전한 형태로 되돌리기 위해 소통을 지속해 나가고 싶다”고 말했다고 로이터통신, 요미우리신문 등 외신이 보도했다.
기시다 총리는 강제징용 배상 문제 해법에 대해서는 “구체적인 내용에 일일이 코멘트 하지 않겠다”면서도 “지난해 정상 간 합의가 있었고, 외교당국이 지금 노력하고 있다. 이 노력을 계속해 주었으면 한다”고 강조했다. 요미우리신문은 “한국 측이 조기 해결을 도모하는 데 대한 기대감을 보인 것”이라고 평가했다.
기시다 총리는 전날 조 바이든 미 대통령과 정상회담 직후 존스홉킨스대 국제관계대학원(SAIS) 강연에서도 “가능한 한 신속히 현안을 해결해 한·일 관계를 건전한 형태로 되돌리고, 발전시켜나가겠다”고 말했다.
기시다 총리는 또 “우크라이나 전쟁의 교훈은 유럽과 인도·태평양 안보가 불가분 관계라는 것”이라며 “동·남중국해에서 무력으로 현상 유지를 일방적으로 변경하려는 시도와 북한의 핵·미사일로 일본을 둘러싼 환경이 점점 더 엄중해지고 있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동아시아가 우크라이나 다음이 될 수도 있다”며 “부상하는 중국과 호전적인 북한에 맞선 연합전선을 구축해야 한다고 주요 7개국(G7) 정상들에게 촉구했다”고 말했다.
기시다 총리는 또 오는 5월 일본 히로시마에서 열리는 G7 정상회의에서 핵무기 없는 세상에 대한 자신의 비전을 내놓겠다고 말했다. 그는 “전 세계는 지난 77년간 어떤 핵무기도 사용되지 않은 역사를 가벼이 여겨선 안 된다”며 “러시아의 우크라이나 침공과 관련해 G7이 법치에 기반을 둔 국제질서를 수호하겠다는 강력한 의지를 보여줘야 한다”고 말했다.
기시다 총리는 미국의 대중 반도체 수출 통제 조치에 대해서는 “구체적인 대응에 대해서는 지금 확정적으로 말하는 것은 삼가겠지만, 새로운 국가안보전략 중에도 경제안보라는 개념을 명기하고 중시할 것을 분명히 하고 있다”고 말했다. 이어 “반도체는 말할 필요도 없이 경제와 안보의 중요 물자”라며 “경제안보 개념에 근거해 미국을 비롯한 동맹국이나 뜻을 같이하는 국가와 긴밀히 의사소통하면서 책임을 갖고 다뤄나갈 것”이라고 말했다.
기시다 총리는 G7 정상회의 이전 시진핑 중국 국가주석과의 정상회담 가능성에 대해서는 “현재로선 계획이 명확하지 않다”고 말했다.
워싱턴=전웅빈 특파원 imung@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