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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 중국과 전쟁 준비 안 돼”… 무기 조달 능력 부족


미국이 중국과 장기전을 벌일 경우 무기 조달 능력이 떨어진다는 분석이 제기됐다. 러시아 침공을 저지하기 위한 미국의 대(對)우크라이나 무기 지원이 미 군수산업의 무기 보충 능력에 대한 문제를 노출하는 등 중국과 전쟁을 치를 준비가 돼 있지 않다는 지적이다.

미 싱크탱크 전략국제문제연구소(CSIS)는 23일(현지시간) ‘전시 환경에서 텅 빈 무기고’ 제목의 보고서를 통해 “미국의 방위산업 기반은 현재의 국제안보 환경에 적절하게 준비돼 있지 않다”며 “대만 해협에서 중국과의 전쟁과 같은 주요 지역 분쟁에서 미국의 군수품 사용은 현재 미 국방부의 비축량을 초과할 가능성이 크다”고 밝혔다. 중국과의 전쟁 등 대규모 지역 분쟁이 일어나면 미국이 탄약 수요를 감당하지 못할 것이라는 경고다.

보고서는 중국의 대만 침공을 가정한 ‘워 게임’(전쟁 시뮬레이션)을 진행한 결과 미국은 개전 3주 이내에 5000발 이상의 장거리 미사일을 사용할 것으로 예상했다. 특히 개전 1주일 이내에 장거리대함미사일(LRASM) 같은 일부 무기 재고는 바닥날 가능성이 큰 것으로 나타났다. LRASM을 생산하는 데 거의 2년이 걸리지만 2023 회계연도 미 국방예산은 88발 구매에 필요한 예산을 배정하는 데 그쳤다.

앞서 CSIS는 중국의 대만 침공과 관련한 24개 시나리오를 분석한 결과 미국이 궁극적으로 승리하겠지만, 항공모함 2척과 대형 전함 10∼20대를 잃고 3주 만에 미군 3200명이 전사하는 등 막대한 피해를 볼 것으로 예측한 바 있다.

보고서 작성자인 세스 존스 국제안보 책임자는 “우크라이나 전쟁은 미국 방위 산업 기반의 심각한 결함을 드러냈다”며 “장기전은 고갈된 재고를 대체할 수 있는 충분한 군수품과 무기 시스템 등 방위 산업 전쟁이 될 가능성이 크다는 사실을 극명하게 보여준다”고 설명했다.

미국은 지난해 2월 러시아의 침공 이후 우크라이나에 270억 달러가량의 무기와 장비를 지원했다. 그러나 전쟁이 장기화하면서 미국 방위산업 재고는 크게 떨어진 상태인 것으로 나타났다. 또 이를 신속하게 보충할 준비도 돼 있지 않아 미국이 직면한 전략적 위험이 드러났다고 보고서는 지적했다.

CSIS에 따르면 미국이 지난해 8월 우크라이나에 보낸 휴대용 재블린 대전차미사일의 경우 ‘2022 회계연도’ 생산율을 기준 7년 치 생산 물량에 달한다. 우크라이나에 보낸 대공미사일 스팅어 지원 물량도 20년 생산 물량이다. 보고서는 재블린시스템과 자주포, 대포병레이더 역시 재고가 부족한 상태였다고 설명했다. 또 미국이 우크라이나에 155㎜ 포탄 100만여 개를 보내면서 미군은 자체 보유분 부족을 겪고 있다고 언급했다.

보고서는 대만 해협 분쟁 시 핵심 무기로 지목된 미국의 해군용 대함유도미사일 ‘하푼’의 경우 현재 재고 상태가 ‘중간’ 정도인 것으로 파악했다. CSIS는 그러나 “현재 재고 수준은 전시에는 부족한 상태”라고 밝혔다.

이번 연구는 군·방산·의회·산업·정부 고위 관계자들과 면담을 토대로 진행됐다. CSIS는 “낡은 군사 계약 절차와 부진한 관료주의는 현재 인도·태평양 지역에서 신뢰할 수 있는 억지력을 창출하거나 군사 분쟁에서 중국과 대결할 수 있는 능력에 영향을 미치고 있다”고 우려했다.

CSIS는 “미국과 중국의 경쟁 심화와 러시아·이란·북한의 계속되는 위협까지 미군은 최소 하나 또는 두 개의 대규모 전쟁을 치를 준비가 돼야 한다”며 “강력한 방위산업과 충분한 무기·탄약 재고가 중국의 행동을 억제하는 데 대단히 중요하지만, 미국은 전쟁을 치를 준비가 되지 않았고 따라서 억제력도 감소했다”고 지적했다. 반면 중국은 탄약 생산에 대규모로 투자하고 최첨단 무기 장비를 미국보다 5∼6배 빠른 속도로 확보하는 것으로 분석됐다.

워싱턴=전웅빈 특파원 imung@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