에마뉘엘 마크롱 프랑스 대통령이 파리에서 열린 공연에 참석한 걸그룹 블랙핑크의 사진사를 자처한 사실이 알려지자 프랑스인들은 싸늘한 시선을 보내고 있다. 최근 프랑스 정부가 연금 수령 시작 시점을 늦추는 연금개혁을 추진하면서 반대 시위와 파업이 벌어지는 등 어지러운 상황에서 마크롱 대통령의 행동이 악화한 여론을 건드린 셈이다.
블랙핑크는 25일(현지시간) 프랑스 파리 19구 빌레트 공원 내 제니스 공연장에서 열린 자선 콘서트에서 공연을 펼쳤다. 콘서트는 마크롱 대통령 부인 브리지트 마크롱 여사가 이사장으로 있는 자선단체가 주최한 행사다. 가수 퍼렐 윌리엄스도 참석했다.
공연이 끝난 뒤 보석 브랜드 ‘티파니’ 부회장인 알렉상드르 아르노는 자신의 인스타그램에 블랙핑크, 윌리엄스가 함께 기념사진을 찍는 모습을 공개했다. 해당 사진 속에는 사진을 찍는 남성의 뒷모습만 담겼는데, 아르노 부회장이 여기에 마크롱 대통령의 아이디를 태그하면서 사진 속 남자가 마크롱 대통령인 사실이 알려졌다.
마크롱 대통령 역시 트위터에 윌리엄스와 함께 찍은 기념사진을 올렸다. 그는 “개방적이며 평화롭고 인권을 존중하는 모든 사람들을 위해, 특히 우리 아이들을 위해 인터넷은 안전한 장소로 남아야 한다”며 “예술가 여러분들, 함께 해주시고 목소리를 내달라”고 썼다.
하지만 프랑스 국민들은 게시물에 공분했다. ‘윌리엄스에게 연금을 받으려면 67세까지 노래해야 한다고 이야기했나??’, ‘우리는 인터넷이 아니라 우리의 실생활에 대해 이야기하고 있다’, ‘마크롱 대통령은 프랑스인들을 돌봐줘야 한다’, ‘모든 프랑스인들이 분노하고 있는데 대통령은 웃고 있다’ 등 비판이 쏟아졌다.
프랑스 정부는 연금수령 개시 연령을 62세에서 64세로 늘리는 방안을 추진 중이다. 이에 프랑스 주요 8개 노동조합은 12년 만에 연합 전선을 구축해 대대적인 파업에 나섰다. 지난주에는 파리 등 주요 도시에서 110만명의 시민들이 시위를 벌이기도 했다.
이가현 기자 hyun@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