러시아 흑해함대의 기함(旗艦) 역할을 하는 순양함 ‘모스크바’호가 우크라이나군이 발사한 지대함 미사일에 맞아 큰 피해를 입은 것으로 알려졌다. 러시아 군당국은 단순 화재라며 즉각 부인하고 나섰지만 크렘린은 계속 수세에 몰리기만 하는 자국군의 졸전에 당혹감을 감추지 못하는 분위기다.
막심 마르첸코 우크라이나 오데사 주지사는 13일(현지시간) 자신의 텔레그램 계정을 통해 “오데사 방위군이 지대함 미사일 ‘넵튠’ 2발을 발사해 모스크바호를 강타했다”면서 “이 함정은 격침에 가까울 정도로 치명적인 피해를 입었다”고 밝혔다.
그러자 러시아 국방부는 “모스크바호에서 매우 큰 화재가 발생했다”면서 “화재로 탄약고가 폭발해 심각한 손상을 입었다. 폭발의 원인은 단순한 사고”라고 주장했다. 이어 “승조원은 모두 구조됐으며 정확한 화재원인은 조사중”이라고 덧붙였다.
전쟁 발발 이후 우크라이나의 전공 발표를 무조건 부인하거나 정반대의 ‘가짜 뉴스’를 퍼뜨려온 러시아측이 모스크바호의 손상 사실을 시인할 것으로 추론해보면 이 함정의 미사일 피격은 사실일 개연성이 높다는 게 서방 언론들의 분석이다.
러시아 흑해함대를 이끄튼 모스크바호는 유럽 내 최강의 전력을 자랑하는 전투함이다. 배수량 1만1500t, 길이 187m, 폭 21m의 크기에 승무원도 500명이나 탑승할 수 있다. 지난 1월 미국잡지 포브스는 “이 전함 한 척에 실린 대함미사일 무장만으로 우크라이나 해군 전체 전력을 무력화시킬 수 있는 화력”이라고 표현하기도 했다.
모스크바호는 2월 24일 개전 당시 우크라이나 최대항구도시 오데사 앞바다의 즈미니섬 공격에 가담해 섬을 지키던 우크라이나 수병들에게 “즉시 항복하라”는 무선을 보냈다가 한 병사로부터 “꺼져라”는 욕설 답변을 수신한 것으로 널리 알려졌다.
당시 섬을 지키던 수병들은 전원 사살된 것으로 알려졌다가 이후 러시아군에 포로로 잡혔던 사실이 전해졌고 포로교환으로 풀려난 뒤 볼로디미르 젤렌스키 우크라이나 대통령으로부터 무공훈장을 받으며 ‘영웅’ 칭호를 받았다. 모스크바호 공격에 사용된 지대함 미사일 넵튠은 우크라이나군이 자체 개발한 것으로 실전 투입은 이번이 처음이다.
모스크바호 피격 사실이 전해지자 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과 크렘린의 핵심참모들은 크게 당황하고 있다고 미국 일간 뉴욕타임스(NYT)가 보도했다.
NYT는 “수도 키이우(키예프)를 점령하려다 처참히 패퇴해 철군하고, 동남부 전선에서도 뚜렷한 전과를 올리지 못하는 러시아군의 전투능력에 크렘린은 최근 침공군 총사령관까지 새로 임명하며 절치부심해왔다”면서 “그런데도 전쟁 양상이 반전되지 못하고 직접 교전에서의 패배는 물론, 공중과 해상에서조차 우크라이나군의 미사일 요격이 더 활발해지자 러시아군의 사기는 더욱 꺾이는 양상”이라고 전하기도 했다.
신창호 선임기자 procol@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