레제프 타이이프 에르도안 튀르키예 대통령은 29일(현지시간) “핀란드에만 북대서양조약기구(NATO·나토) 가입을 허용할 수 있다”며 “스웨덴은 이에 충격받을 것”이라고 밝혔다. 에르도안 대통령이 핀란드의 나토 단독 가입 허용을 시사한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영국 일간 가디언에 따르면 레제프 타이이프 에르도안 튀르키예 대통령은 이날 TV 연설에서 “우리는 핀란드와 스웨덴의 나토 가입 신청에 대해 각각 다르게 반응할 수 있다”며 “스웨덴은 우리의 결정에 충격을 받을 수 있으며 핀란드는 스웨덴이 범한 실수를 반복하지 말아야 한다”고 경고했다.
다만 에르도안 대통령은 “스웨덴이 나토 가입을 원한다면 우리가 전달한 120명의 테러리스트 명단을 인도해야 한다”고 조건을 달았다. 에르도안 대통령이 언급한 테러리스트 명단은 쿠르드족 분리독립을 주장하는 무장조직인 쿠르드노동자당(PKK) 등으로 터키의 안보에 위협이 되는 인사 및 조직을 뜻한다.
에르도안 대통령이 스웨덴에만 강경한 잣대를 내세우는 이유는 이달 들어 스웨덴에서 극우 정당이 튀르키예 규탄 시위를 벌였기 때문이다. 해당 정당의 대표는 이슬람 경전인 코란 사본을 불태우며 반튀르키예 시위를 주도했다.
스웨덴과 핀란드는 우크라이나 전쟁 이후 70여년간 고수해온 중립국의 지위를 내려놓고, 지난해 5월 나토에 가입 신청서를 제출했다. 스웨덴과 핀란드의 나토 가입은 기존 회원국의 만장일치로 결정되는데, 현재 30개 회원국 중 튀르키예와 헝가리만 동의를 하지 않은 상태다. 헝가리는 조만간 두 나라의 나토 가입을 비준하겠다고 밝혔기 때문에 사실상 튀르키예가 ‘캐스팅보터’인 셈이다.
박재현 기자 jhyun@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