환경단체의 비난에도 불구하고 일본의 한 포경업체가 고래고기를 판매하는 자판기를 도심에 설치해 논란이 불거졌다.
일본 도쿄에 있는 회사 ‘교도센바쿠’(共同船舶)는 지난달 냉동 고래고기를 비롯해 캔 통조림, 조리된 고기 등을 판매하는 자판기를 도쿄와 다른 지역에 총 4대 설치하고 본격 판매에 나섰다고 AP통신이 지난 28일 전했다.
다음 달까지 자판기 3대를 더 설치하고, 판매가 잘 되면 향후 5년간 100대로 늘린다는 목표다.
판매 가격대는 1000∼3000엔(약 9600∼2만9000원) 수준이다.
이를 두고 온라인상에서는 “멸종위기종을 길거리에서 쉽게 살 수 있는 조치는 야만적”이라는 목소리와 “각국의 서로 다른 식문화는 존중해야 한다”는 의견이 충돌했다.
환경단체와 동물보호단체는 일본 고래고기 자판기를 “쇠퇴해가는 포경업계의 발악적인 판매 술책”이라고 규탄했다.
‘고래·돌고래 보호’의 아스트리드 푹스는 “이런 이기적인 판매 술책은 일본 수산청이 약 2년 안에 고래잡이 어획량을 늘리고 포경 대상 고래 종을 확대하는 것을 목표로 삼은 시점에 나왔다”고 지적했다.
환경 보호론자들은 고래 고기가 더는 일본에서, 특히 젊은 세대들에게 일상적인 식단이 아니라는 점도 짚었다. 수요가 없는 포획은 무의미하다는 지적이다.
일본 수산청 자료를 보면, 고래고기는 최근 몇년간 일본 전체 육류 소비량의 0.1% 미만을 차지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포경업체는 고래고기 유통이 어려운 지역에 자판기를 설치해 ‘숨은 수요’를 채우겠다는 계획이다.
자판기 회사 관계자는 구체적인 액수를 언급하지는 않았지만, ‘고래고기 자판기’ 매출이 예상보다 상당히 높아 직원들이 제품을 보충하느라 분주하다고 말했다.
요코하마의 한 고래고기 식당을 방문한 60대 카시와바라 마미도 AP와의 인터뷰에서 “고래고기는 어렸을 적 향수를 자극하는 추억의 맛”이라며 “고래를 무의미하게 죽이는 것은 옳지 않지만, 고래고기는 일본 음식 문화의 일부”라고 말했다.
한편 국제적인 비난 여론 속에 지난해 2월 주요 어업국인 아이슬란드는 2024년 이후 상업적 고래잡이를 중단하겠다고 선언한 바 있다.
그러나 일본 여당 의원들은 여전히 ‘전통문화’로서 상업적인 고래잡이와 고래고기의 소비를 강력히 지지하고 있다.
김은초 인턴기자 onlinenews1@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