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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IRA 맞대응”…EU, 336조원 그린딜 계획 공개


유럽연합(EU)이 미국의 인플레이션 감축법(IRA)에 대응해 친환경보조금 규제 완화 계획인 ‘그린딜 산업계획’을 공개했다. 미국이 IRA 세제지원 차별조항으로 자국의 친환경·에너지 산업에만 보조금을 지급하자 EU도 독자적인 산업 보호 방안을 내놓으며 맞불을 놓은 것이다. 미국과 유럽의 보조금 전쟁이 격화할 것으로 보인다.

영국 일간 파이낸셜타임스(FT)에 따르면 EU 행정부 격인 집행위원회는 1일(현지시간) 이른바 ‘탄소중립 시대를 위한 그린딜 산업 계획’을 담은 20장 분량 통신문을 발표했다. 핵심은 친환경 산업에 투자 및 혜택을 집중한 미국의 IRA 차별 대우에 맞서 역내 산업 보호 및 투자를 육성하겠다는 것이다. EU는 공격적으로 보조금을 지원해 해외 시장에서 영향력을 확대하고 중국의 ‘시장 왜곡’에도 대응한다.

EU는 이를 위해 까다로운 EU의 기존 보조금 지급 규정을 일정 기간 완화해 탄소중립 분야를 집중적으로 지원한다. 청정기술 혁신을 위한 자원 조달을 위해 EU 기금 사용을 촉진하고, ‘전략적 탄소중립’ 분야에 대한 세액 공제 혜택도 확대될 예정이다.

CNN에 따르면 EU 집행위는 그린딜 산업계획을 위해 2500억 유로(약 336조원)의 EU 기금을 사용한다. EU 집행위는 다음 달 1일 그린딜 산업계획을 채택할 예정이다. 그린딜 계획이 채택되면 다음 달 브뤼셀에서 열릴 EU 정상회담의 의제로 상정된다.

그러나 넘어야 할 벽은 간단치 않다. EU 일부 회원국이 재원 마련 방안을 두고 이견을 보이고 있다. 프랑스, 이탈리아 등은 새로운 공동 차입을 요구하지만 독일, 네덜란드 등은 이에 부정적이다. 앞서 올라프 숄츠 독일 총리는 EU가 공동으로 빌린 자금이 아직 상당 부분 남아 있고 2000억 유로(약 268조원)는 청구조차 하지 않았다고 비판했다.
보조금 지급 규정 완화에 따른 회원국 간 형평성 문제도 있다. 청정기술 기업을 다수 보유한 북유럽과 중부유럽 국가들은 남유럽 국가에 비해 보조금을 독식할 가능성이 있다. 마르그레테 베스타게르 EU 경쟁담당 집행위원은 “코로나19 이후 도입된 역내 원조의 77%를 독일과 프랑스가 차지하고 있다”고 강조한 바 있다.

보조금 제한 완화가 결과적으로 EU의 내부 갈등으로 이어질 것이란 시각도 있다. FT는 “EU는 미국과 달리 회원국들의 재정 수준이 천차만별”이라며 “이런 상황에서 일괄적으로 보조금 정책을 완화할 경우 특정 회원국에 기업들이 쏠릴 수 있다”고 분석했다. 이어 “EU가 미국과 중국에 대응하기 위해 꺼낸 대응책이 유럽을 파편화 할 수 있다”고 강조했다.

마크 뤼터 네덜란드 총리는 EU의 파편화에 대해 “목욕물과 함께 아기를 버려서는 안된다”고 우려했다. 그는 “1957년 이후 EU에서 가장 성공적인 것 중 하나가 단일한 내부 시장인데, 이 같은 흐름은 위험할 수 있다”고 지적했다.

박재현 기자 jhyun@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