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 세계 구독자수 1위를 기록한 유튜버가 시각 장애인 의료지원에 나서자 여론의 반응이 엇갈리고 있다고 1일(현지시간) 영국 BBC 등이 보도했다.
유튜브 채널 ‘Mr.(미스터) 비스트’ 운영자 지미 도널드슨(24)은 지난달 ‘1000명의 시각장애인이 처음으로 세상을 보게 됩니다’라는 제목의 영상을 올려 수술 비용 지원 사실을 밝혔다. 영상에는 백내장으로 실명 위기에 놓인 저소득층 1000명 이상을 수술해주는 내용이 담겼다.
이 영상은 이날 기준 조회수 7500만회에 이르고 있다. 세계 최고 유튜버가 행사한 선한 영향력에 호평도 잇따랐다.
그러나 영상 조회수가 늘어날수록 일각에서 그의 콘텐츠가 순전히 이목을 끌기 위해 제작된 ‘쇼’라는 비판이 일고 있다.
외신에 따르면 한 네티즌은 “1000명의 시각 장애인을 위해 수술 비용을 대는 건 좋은 일이지만, 이를 콘텐츠로 제작함으로써 촌스럽고 천박한 ‘자선 포르노’(charity porn)가 됐다”고 지적했다.
또 다른 이는 트위터에 “(미스터 비스트를 찍어줄) 카메라가 없으면 그 어떤 일도 일어나지 않을 것”이라며 그의 자선 활동이 조회수를 늘리기 위한 활동에 지나지 않는다고 깎아내렸다.
그러면서 “유능한 정부가 아닌 유튜브 조회수의 지원에 의존하게 되는 일종의 디스토피아(를 만들었다)”고 덧붙였다.
이밖에도 “건강한 사회라면 이러한 자선 영상이 관심을 받지도 않았을 것”이라거나 “사회적 역할을 유튜버에게 떠넘겨선 안 된다”며 곱지 않은 시선을 보내는 이들도 있었다.
부정적 여론이 주목받기 시작하자 미스터 비스트는 곧장 트위터를 통해 불편한 심기를 드러냈다.
그는 “부자들은 돈으로 사람들을 도와야 한다”며 “죽기 전까지 내 돈으로 사람들을 돕고 모든 돈을 기부할 것을 약속한다”고 적었다. 사람들이 부자의 사회적 역할을 요구하는 ‘노블레스 오블리주’를 강조하면서도 정작 기부를 실천하니 여러 이유를 들어 공격하는 것에 불만을 드러낸 셈이다.
시민단체와 자선단체들도 미스터 비스트의 편에 섰다.
영국 시각장애인연합회 회장 앤드루 호지슨은 BBC에 “백내장과 같은 치료 가능한 안과 질환에 주목하고 수술을 지원해 시력을 회복할 수 있도록 돕는 것은 환영받아야 마땅하다”고 말했다.
국제자선단체 사이트세이버도 “눈 건강은 세계적인 건강 문제에서 종종 잊힌다”며 “눈 건강 문제가 대중들에게 주목받는 것은 매우 고무적인 일”이라고 주장했다.
미스터 비스트의 영상에서 수술을 담당했던 안과 전문의 제프 레벤슨은 백내장 수술로 많은 사람이 실명의 위기에서 벗어날 수 있다는 점을 강조한다.
레벤슨은 “2억명에 가까운 사람이 백내장 수술을 받지 못해 실명하거나 거의 실명한 상태”라며 “이들 절반은 10분이면 눈을 뜰 수 있다”고 설명했다.
상금을 내건 콘텐츠로 인기를 끄는 미스터 비스트의 영상이 논란에 휩싸인 것은 처음이 아니라고 더타임스는 전했다. 그가 넷플릭스 시리즈 ‘오징어 게임’을 포맷으로 영상을 제작했을 때도 자본주의의 잔인성에 대한 오리지널 콘텐츠의 비판적 시각을 외면했다는 지적이 나왔다.
김성훈 기자 hunhun@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