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국 정찰풍선은 중국을 출발해 지난달 28일(현지시간) 알래스카 알류샨열도에 진입했다. 이후 아이다호주와 몬태나주를 통해 미국 본토로 진입한 뒤 캐롤라이나 해안까지 남동쪽 경로를 따라 5일간 이동했고, 4일 낮 대서양 상공에서 격추됐다. 정찰풍선 비행은 미·중 정상회담 후속 조치를 다루기 위한 토니 블링컨 미 국무장관의 방중을 앞두고 발각된 것이어서 의도와 배경에 관심이 쏠린다.
미국은 정찰풍선이 감시용이라고 확신한다. 로이드 오스틴 국방장관은 이날 성명에서 정찰풍선을 ‘미국 본토의 전략적 장소를 감시하기 위해 중국이 사용한 열기구’라고 표현했다. 기상관측용 민간 기구라는 중국 해명을 정면 반박한 것이다. 군 관계자도 “미 본토에서 경로를 수정하며 이동했다”고 말했다. 실수로 경로를 이탈한 게 아니라는 의미다.
미 방산업체 노스럽그러먼의 스텔스 전투기 설계팀 아트 톰슨은 “태양광 전지판과 제어 패널, 낙하산 시스템 등을 갖춘 것으로 보인다”며 “무선 신호를 통해 고도를 조정하는 시스템으로 제어할 수 있으며, 통신 신호 등을 수집할 수 있다”고 뉴욕타임스(NYT)에 말했다. 그는 “정찰풍선은 많은 정보를 수집할 수 있고 도달 범위가 매우 길다”며 “광범위한 데이터를 수집하기 쉽다”고 설명했다.
미국기업연구소(AEI) 존 페라리 수석연구원은 “미국 방공망의 허점을 찾는 역할을 했을 수 있다”고 말했다.
미국의 감시능력이 세계 최고 수준이라는 점에서 중국이 민감한 시기에 이를 왜 보냈는지는 의문이다. 일각에서는 미 당국에 포착되려는 목적으로 풍선을 보냈을 가능성을 제기했다. 싱가포르 라자라트남 국제연구원(RSIS)의 벤저민 호 코디네이터는 BBC방송에 “풍선에 미국이 어떻게 대응하는지 보려는 목적”이라고 말했다. 카네기 국제문제윤리위원회의 아서 홀란드 미셸 연구원도 “심각한 긴장 상태를 일으키지 않으면서도 미국 영공까지 침투할 수 있는 첨단기술을 보유했다는 점을 보여준 것”이라고 평가했다.
반면 NYT는 현시점에서 중국이 미국을 자극할 별다른 이유가 없다고 설명했다. NYT는 “중국 관리들은 시진핑 국가주석이 경제를 악화시킨 코로나 제로정책 종료 이후 (블링컨 장관의) 방문을 중국의 재개방을 세계에 알리는 중요한 순간으로 기대해 왔다”고 분석했다. 로이터통신도 “중국은 코로나19 제로정책 폐기와 외국 투자자 외면으로 어려움을 겪는 경제에 집중하기 위해 미국과의 안정적 관계를 열망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워싱턴=전웅빈 특파원 imung@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