Kalam News

“태평양 요트 횡단은 에베레스트 정복 버금”

1990년 11월. 전장 29피트짜리 소형 요트 한 척이 LA 인근 마리나 델레이 항구를 떠났다. 9.000여 마일 대장정의 시작이었다. 이 배는 하와이를 거쳐 1991년 3월 한국 부산항에 도착했다. 미주 한인 최초의 태평양 요트 횡단이자 ‘나홀로’ 횡단이었다. 이 배의 선장은 당시 21세 청년이었던 UCLA 재학생 강동석씨였다.그로부터 30년의 세월이 지난 2023년 2월. 미주 한인 이민 120주년 기념하는 4인의 태평양 횡단 원정대가 ‘전설’ 강동석씨가 출발했던 마리나 델레이에서 이민 선조들이 미국 상선에 몸을 실었던 인천까지 대항해에 나선다. 강동석씨는 원정대원들을 격려하기 위해 지난 4일 자신이 출발했던 바로 그 곳 마리나 델레이 선착장을 찾았다.“모험가들은 에베레스트를 정복하는 것만큼이나 태평양을 요트로 횡단하는 것이 어렵다고 합니다. 더욱이 이번 횡단은 이민 120주년을 맞아 이민 선조들의 발자취를 거꾸로 거슬러 올라가는 항해인 만큼 의미가 더욱 큽니다.”남진우 대장을 비롯한 원정대원들을 만난 강동석씨는 태평양 횡단 도전에 나섰던 30년 전을 이렇게 회상했다. “요트 스쿨에 등록하고 실습시간을 포함 50시간 정도의 항해 기록을 갖게 됐을 때 더 늦지 말고 태평양 횡단에 도전하기로 결심했다”고 전했다.아르바이트를 하며 모은 돈을 탈탈 털어 작은 중고요트를 구입해 태평양 횡단에 도전하겠다고 했을 때 남들은 “미친 짓”이라며 만류했다. 심지어 강씨의 횡단계획 소식을 보도한 언론인들도 다시 생각해 보라고 권유할 정도였다.결국 강씨는 시속 4노트로 하루 100마일씩 전진, 87일간 LA-하와이-부산 항해에 성공했다. 인생 첫 바다탐험이었다.항해 중 가장 힘들었던 점은 폭풍도, 무풍도 아니었다. 그는 “외로움과의 싸움이 가장 힘들었다”며 “한 번은 배 안에 날아든 파리가 떠나지 않게 하기 위해 일부러 음식물 찌꺼기를 선실 곳곳에 떨어뜨려 놓았을 정도”라고 떠올렸다.이번 태평양 횡단에 나서는 ‘이그나텔라호’는 전장 38피트짜리 대항해용 요트다. 남진우 대장을 포함해 4명의 원정대가 동행하는 만큼 가장 큰 적인 외로움과의 싸움도 큰 문제가 안될 것이라고 강씨는 말했다.남진우 대장 등 4인의 태평양 횡단 원정대는 “살아 있는 전설 강동석씨로터 귀중한 경험담을 전수받았다”며 “이번 항해를 꼭 성공적으로 마치고 또 다른 전설을 써 내려가겠다”고 다짐했다.“인생은 탐험…도전은 계속될 것”태평양 횡단 강동석 스토리강동석씨가 요트에 탐닉했던 시기는 역설적이게도 생사를 넘나든 직후였다. UCLA 재학 시절 주말캠핑을 떠나던 중 교통사고를 당했다. 단 하루만 산다면 진정 하고 싶은 일이 뭔지 생각하게 됐다. 그때 우연히 손에 쥔 조지프 콘래드의 ‘바다의 거울’이라는 책을 읽은 후 요트 세계일주를 꿈꾸게 됐다.1990년 11월 ‘선구자 1호’라 이름 붙인 이 배로 LA-하와이-부산을 항해했다. 태평양 항해에 성공한 그는 용기를 얻고 3년간의 준비를 마친 뒤 다시 30피트 짜리 요트를 구매해 ‘선구자 2호’라 명명한 뒤 세계일주의 돛을 올렸다.1994년 1월 LA 인근 마리나 델레이 항구를 떠났다. 4만5,360여 마일 대장정의 시작이었다. 이 배는 하와이·사모아·피지·브리즈번·모리셔스·케이프타운·그레나다·오키나와 등을 거쳐 1997년 6월 8일 한국 부산항에 도착했다. 한국인 최초 ‘나홀로’ 요트 세계일주였다.이후에도 그의 도전은 좀처럼 멈출 줄 몰랐다. 세계 12봉인 히말랴야 브로드피크에 도전했고, 고 박영석 대장과 함께 북극점 탐험에 참여하기도 했다. 끊임없이 오지를 찾은 그는 자신의 모험담을 담은 책 ‘인생은 탐험이다’를 지난 해 출간했다.그는 대형 회계법인 딜로이트를 거쳐 현재 연방준비제도이사회(Fed) 샌프란시스코 지부 내부 감사관으로 근무 중이다.■이민 120주년 4인 원정대는 누구태평양 횡단 원정대는 남진우 대장(63)을 비롯해 도 유(69)씨, 박상희(54)씨, 조셉 장(48)씨 등 4명의 대원으로 구성됐다.부산 출신으로 미주 한인요트클럽 회장이기도 한 남진우 대장의 총 항해시간은 2,500 시간이 넘는다. 3년 전 한인으로는 드물게 연방 해안경비대에서 발행하는 선장 라이센스를 취득했을 정도로 실력파 요트맨이다.인천에서 태어난 도 유씨는 1984년 이민 직후 요트 세계에 입문한 최고참이다. 서울에 사는 박상희씨는 뜻 깊은 태평양 횡단에 합류하기 위해 지난 1일 미국으로 건너 왔다. 어린 시절 인천에서 자란 조셉 장씨는 이라크 파병 군인 출신이다. 군 복무시절 경험을 살려 통신과 촬영을 담당할 계획이다.이번 원정대의 실질적인 대장은 남진우 대장의 부인 스텔라 김(56)씨다. 부인 김씨의 내조와 허락이 없었다면 이번 항해는 불가능했을 것이라고 대원들은 입을 모았다. 한편 남진우 원정대장 초청 토크 콘서트 및 후원의 밤 행사가 8일(수) 오후6시 JJ그랜드호텔 2층 연회장에서 열린다.▶문의: (714)924-0428 남진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