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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금 알프스는… 눈 대신 ‘선인장’ 무성


스위스 발레주의 알프스 산비탈에 눈이 아닌 선인장이 무성해지고 있다. 발레주 곳곳에서 증식하고 있는 부채선인장은 건조한 곳을 좋아하고 눈 덮인 곳을 싫어하는 특성을 가진 것으로 알려졌다. 기존에 우리가 익숙했던 눈 덮인 알프스의 모습과는 반대의 풍경이 펼쳐지면서 기후변화에 대한 위기감이 커지고 있다.

영국 일간 가디건은 10일(현지시간) 알프스 산비탈에 부채선인장이 점점 무성해지고 있다고 보도했다. 발레주의 주도인 시옹에서는 부채선인장이 낮은 초목 지표층의 23~30%를 차지하고 있는 것으로 추정된다. 발레주 자연보호국의 생물학자 얀 트리포네스는 “일부 지역에서는 선인장이 식물 서식이 가능한 지표면의 3분의 1까지 차지할 수 있다고도 추정한다”고 말했다.

부채선인장은 발레주뿐 아니라 그와 인접한 티치노주, 그리종(그라우뷘덴)주 등 다른 스위스 알프스 지역과 발레다오스타주, 롬바르디아주 발텔리나 등 이탈리아 알프스 지역에서도 자라고 있는 것으로 보고되고 있다.

현지 당국은 부채선인장이 급속도로 증식하면서 기존 생태계의 생물다양성을 위협하고 있다고 우려한다. 발레주 퓔리시는 지난해 12월 말 선인장 근절 캠페인에 나서면서 “뜨겁고 건조한 기후를 좋아하는 이 외래종 식물은 국가적으로 중요한 초원 지대에서 환영받지 못한다”고 강조했다. 트리포네스는 “발레는 스위스의 생물다양성 핫스폿 중 하나”라며 “이 선인장들이 있으면 다른 것들이 자라지 못한다”고 우려를 표했다.

이 지역에 북미종인 부채선인장이 유입된 건 늦어도 18세기 말로 추정된다. 전문가들은 알프스 지역의 기후가 점점 따뜻해지면서 눈 덮인 표면이 줄어들고 식생 서식 기간이 길어지면서 선인장의 증식에 유리한 환경이 조성됐을 가능성이 있다고 본다.

이 지역의 선인장 식생을 오랜 시간 연구한 지리학자 페터 올리버 바움가르트너는 “이 종들은 아무런 문제없이 영하 10도, 영하 15도도 견디지만 건조한 곳을 좋아하고 눈 덮인 곳을 싫어한다”고 설명했다. 선인장의 증식이 기후변화의 심화로 알프스에서 눈이 점점 사라지고 있다는 보고와 관련이 있을 수 있다는 의미다.

실제로 알프스는 눈이 점차 사라지면서 저지대에서 눈을 보기가 더욱 어려워지고 있다. 올겨울 알프스 스키장들은 눈이 없어 애를 먹었을 정도다. 스위스 기상청에 따르면 스위스 해발 800m 미만의 강설 일수는 1970년 이후로 반토막이 났다.

이 같은 현상은 연구로도 확인된다. 한 연구보고서는 연중 눈이 알프스를 덮는 기간이 역대 평균 대비 한 달가량 줄어들었다고 보고하며 이를 “지난 6세기 간 전례 없는 상황”이라고 표현했다.

바움가르트너는 “기후변화 보고서들을 보면 스위스의 (기온 상승) 곡선은 거의 북극만큼이나 가파르다”고 지적했다.

정진영 기자 young@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