러시아와 50일 넘게 전쟁을 치르고 있는 우크라이나의 볼로디미르 젤렌스키 대통령이 조 바이든 대통령에게 러시아를 테러지원국으로 지정해달라고 요청한 것으로 15일 전해졌다.젤렌스키 대통령은 최근 바이든 대통령과의 통화에서 이 같은 요청을 했다고 워싱턴포스트(WP)가 이 사안을 잘 아는 소식통을 인용해 보도했다.이런 요청에 바이든 대통령은 구체적인 언급을 하진 않았지만, 러시아에 더 큰 압박을 가하기 위해 다양한 제안을 모색할 용의가 있다고 말했다고 신문은 전했다.바이든 대통령은 지난 13일 젤렌스키 대통령과 마지막 통화를 했다.WP는 “지난 1970~80년대 미소 냉전 때도 미국은, 테러리스트로 간주되는 단체를 소련이 지원해도 이런 방식으로 제재하는 것은 자제해왔다”며 미국의 대(對)러시아 테러 지원국 지정은 다양한 결과를 낳을 수 있다고 설명했다.테러지원국으로 지정하면 러시아와 거래하는 국가에 대한 경제 제재, 미국 내 러시아 자산 동결, 민간 및 군수용으로 사용 가능한 이중용도 기술 수출 금지 등의 조치가 가능하다는 것이다.전 국무부 출신으로 테러지원국 지정 관련 전문가인 제이슨 블라자키스는 “러시아를 테러지원국 명단에 올리는 것은 ‘경제에서의 핵무기 옵션’이 될 수 있다”고 말했다.현재 미국의 테러지원국 명단에 등재된 나라는 북한, 쿠바, 이란, 시리아 등 4개국이다.미국은 1979년 이후 자국과 제한적인 이해관계를 가진 소수의 국가를 중심으로 테러지원국 지정을 해왔다.국무부에 따르면 테러지원국 지정은 국제적인 테러 행위를 반복적으로 지원한 모든 국가에 적용될 수 있다.공화당내 일부 강성 의원들은 바이든 정부가 러시아를 테러지원국 명단에 올려야 한다고 주장하고 있다.토니 블링컨 국무장관은 지난달 회견에서 러시아에 대한 테러지원국 지정 관련 질문에 “모든 것을 검토할 것”이라면서도 “초점은 이 전쟁을 빨리 끝내고 우크라이나 국민의 고통을 멈추도록 돕고자 할 수 있는 모든 일을 하는 것”이라고 말했다.미국이 실제로 러시아를 테러지원국에 올릴지는 미지수다.다만 러시아를 지정한다면 현재 리스트에 올라 있는 다른 국가들 지정 때보다 더 쉬울 수 있다고 WP는 분석했다.예컨대 테러지원국에서 해제됐던 쿠바의 경우 도널드 트럼프 전 정부가 1973년 경찰 살해 후 탈옥해 쿠바로 도주한 미국 여성 등을 거론하며 쿠바의 국제 테러 지속 지원을 명분으로 작년 1월 재지정했는데, 정치적 목적이란 비판이 제기됐었다.반대로 러시아의 경우 우크라이나·시리아 민간인 학살, 외국에서 반체제 인사 등에 대한 암살 및 암살 시도 혐의, 미국인에 대한 살인 등으로 기소된 우크라이나 분리주의자에 대한 러시아의 지원 등은 지정 기준에 더 부합할 수 있다는 것이다.WP는 “한 국가를 테러지원국으로 지정하려는 결정은 일단 등재되면 쉽게 해제하지 못하기 때문에 중요하다”고 지적했다.미국은 2004년 사담 후세인 정권 전복에 따라 이라크를 테러지원국에서 해제했는데, 이처럼 정권교체 같은 특별한 사건이나 미국 정책의 중대 전환이 필요하다는 것이다.미국은 이스라엘과 아랍국가들의 수교를 위한 노력의 일환으로 27년 만인 2020년에 아프리카 대륙의 아랍국가인 수단을 테러지원국에서 해제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