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리아 북부 알레포주의 작은 마을 잔다리스에서 지진 발생 42시간 만에 구조된 타리크 하이다르(3)는 바로 병원으로 옮겨졌지만 왼쪽 다리를 절단해야 했다.
큰 수술을 끝내고 병원에서 치료를 받고 있는 하이다르 곁을 지키는 부모와 형제는 없다. 모두 이번 지진으로 사망했기 때문이다.
하이다르를 돌보고 있는 간호사 말렉 카시다는 지난 10일(현지시간) 로이터통신에 “구조대가 하이다르의 아버지와 형제 두 명을 먼저 끌어냈지만 모두 사망했고, 어머니와 또 다른 형제도 시신으로 발견됐다”고 전했다.
튀르키예와 시리아를 강타한 지진으로 부모를 잃고 홀로 남겨진 아이들이 속출하고 있다.
튀르키예 가족사회복지부는 지난 10일 무너진 건물에서 목숨을 구한 어린이 263명이 가족과 연락이 닿지 않는 상태라고 밝혔다. 이 중 162명은 병원에서 치료를 받고 있으며, 101명은 치료 후 관련 부서로 이송돼 시설 보호를 받고 있다.
일각에서 입양 이야기가 나오지만 전문가들은 성급한 입양이 폭력과 착취를 부를 수 있다며 우려하고 있다. CNN에 따르면 12일 유엔아동기금(UNICEF·유니세프) 긴급 소통 전문가 조 잉글리시는 튀르키예 지진과 같은 비상사태 직후에는 입양이 이루어져서는 안 된다고 강조했다.
그는 CNN과의 인터뷰에서 “현재 가장 시급한 것은 부모 및 보호자와 분리된 아이들을 빠르게 구별하는 것”이라며 “홀로 남겨진 아이들에게 적절한 보호와 지원을 제공하고 아이들이 보호자와 다시 재회할 수 있도록 도와야 한다”고 말했다.
잉글리시는 “사망자가 계속 증가하는 것을 고려할 때 이번 지진으로 정말로 많은 어린이가 부모나 보호자를 잃었을 것이 분명하다”며 “이러한 종류의 재난에서는 실향민이 된 아이들이나, 특히 가족과 떨어져 혼자가 된 아이들은 인신매매나 성폭력을 포함한 착취·학대에 취약하다”고 경고했다.
한편 12일 튀르키예 인근 키프로스섬에서는 지진으로 사망한 39명의 장례식이 열렸다.
이들은 북키프로스에 있는 마리프 중·고등학교의 배구팀 소속으로 경기를 위해 튀르키예를 방문했다가 지진으로 호텔 건물이 무너지면서 동시에 사망했다. 학생 24명과 학부모 10명, 교사 4명, 코치 1명이 사망했으며, 숨진 학생들은 11∼14세인 것으로 알려졌다.
백재연 기자 energy@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