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과 일본이 중국의 정찰풍선 문제를 비판하고 미국 대응을 지지했다. 한·미·일 3국은 대만 해협 문제 등 인도·태평양 지역에서 중국의 긴장 고조 행위에 대해서도 공조 원칙을 확인했다. 북한의 핵과 미사일 위협에 대응하기 위한 삼각 공조도 강화하기로 했다.
조현동 외교부 1차관은 13일(현지시간) 웬디 셔먼 미 국무부 부장관, 모리 다케오 일본 외무성 사무차관과 회담 후 공동기자회견에서 “타국의 영토와 주권 침해는 국제법상 절대 용납될 수 없으며, 이에 대해서는 국제법에 부합해 필요한 조치를 취할 수 있다”고 밝혔다. 조 차관은 “우리는 미국의 동맹으로써 이 이슈에 대해 미국이 공식적으로 밝힌 바를 신뢰한다”고 강조했다.
모리 차관도 “중국이 미국의 영토와 주권을 침해했고, 미국은 이에 합법적으로 대응했다”며 “일본은 미국의 이런 입장을 지지한다”고 말했다.
셔먼 부장관은 지난 4일 격추한 정찰풍선과 관련해 “중국의 기구였고, 우리 영토 위에 있어 격추 권한이 있었다”고 기존 견해를 재차 강조했다. 미국도 정찰풍선으로 중국 영토를 침범했다는 중국 주장에 대해서는 “그런 사례가 전혀 없다. 제로”라고 일축했다.
중국이 감시 프로그램 일환으로 정찰풍선을 보냈고, 미국도 같은 방식으로 중국 영공을 침입했다는 주장은 거짓이라고 미국이 발표한 것에 대해 한·일 모두 지지 의사를 재차 공식 표명한 것이다.
셔먼 부장관은 “우리는 중국이 취하는 위협에 대해서도 논의했다”며 “한·미·일을 포함한 동맹은 중국이 국제질서에 반해 취하는 도전 행위를 억지하는 데 있어 공조할 것”이라고 강조했다. 그러면서 “우리는 남중국해에서 중국의 안보 저해 행위에 대응할 것이고, 대만해협 평화 유지를 위해 노력할 것”이라고 말했다.
3국은 공동성명에서도 “인도·태평양을 포함해 어떠한 무력 또는 강압에 의한 일방적인 현상변경 시도를 강력하게 반대하고, 대만해협에서의 평화와 안정 유지 중요성을 재확인했다”고 강조했다.
한·미·일은 북한의 도발 대응에 대해서도 한목소리를 내며 공조를 과시했다. 조 차관은 “비핵화 없는 평화는 가짜 평화다. 우리는 북한의 어떠한 도발에도 단호히 대응하고 북한의 완전한 비핵화를 위해 노력하기로 했다”고 말했다. 또 “북한의 위협에 대응하기 위해 굳건한 한·미 연합 방위태세를 구축할 것이고, 한·미·일 안보협력도 강화할 것”이라며 “우리는 북한의 대량살상무기(WMD) 개발 자금을 차단할 것”이라고 말했다.
셔먼 부장관은 “한·미·일 3국의 관계는 강력하고 날이 갈수록 더 강해지고 있다”며 “우리 동맹은 철통같고, 우정은 역내 및 전 세계의 안보에 있어 매우 중요하다”고 말했다. 이어 “3국 정부는 북한의 안보 저해 행위에 대한 대응 필요성 및 한반도의 완전한 비핵화에 다시 공감했다”며 “3국 공조로 북한을 억제하고 핵을 포기하도록 권고할 것이고 유엔 안보리 결의를 준수하도록 노력할 것”이라고 말했다.
3국은 지난해 해상미사일방어 및 대잠전 훈련을 지속해 나가고, 안보협력의 새로운 분야도 모색하기로 했다.
셔먼 부장관은 미·일 외교·산업장관이 참여하는 경제정책협의위원회(EPCC)와 ‘쿼드 플러스’에 한국 참여가 필요하다는 상원 외교위 보고서에 대해 “새로운 포맷에도 열려 있다. 이보다 더 강력한 삼각 협력을 찾기 어렵다”고 강조했다.
한편 조 차관과 모리 차관은 3국 회담 후 곧바로 일제 강점기 강제동원 배상 문제에 대한 고위급 협의를 진행했다. 양국은 오는 17일부터 열리는 독일 뮌헨안보회의(MSC)를 계기로 한·일 외교장관 회담 개최를 계획 중이다. 양국은 제3자 변제와 일본 측의 성의 있는 호응 등에 대한 이견을 조율해 조기에 구체적인 성과를 내는 것을 목표로 하고 있다.
워싱턴=전웅빈 특파원 imung@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