6살 초등학생이 수업 중에 쏜 총에 가슴을 맞은 미국 20대 교사가 목숨이 위태로운 상황에서도 학생들을 먼저 대피시키는 영웅적인 모습을 보였던 것으로 전해졌다.
9일(현지 시각) 미 버지니아주 뉴포트뉴스시의 스티브 드루 경찰서장은 최근 지역 초등학교에서 발생한 총격 사건에 대해 설명하던 중 교사 애비게일 주어너(25)를 가리켜 “영웅”이라고 치켜세웠다. 20대 여성 교사인 주어너는 학생이 쏜 총에 가슴을 맞아 중상을 입은 뒤에도 실신하기 직전까지 학생들의 안전을 챙긴 것으로 알려졌다.
지난 6일 리치넥 초등학교에서 6살 학생이 수업 중 교사 주어너를 권총으로 쏘는 일이 벌어졌다. 학생이 구경 9㎜ 권총을 겨누자 주어너가 이를 뺏으려 했지만 아이는 방아쇠를 당겼다. 총알은 주어너의 손을 관통한 뒤 가슴 윗부분에 맞았다. 경찰은 “총격은 의도적이었다”며 “동기에 대해 조사 중이지만, 총격 전 교사와 학생 사이에는 어떤 언쟁도 있지 않았다”고 했다.
당시 학교 CCTV 영상에 따르면 총격 후 교실에서 20명 안팎의 아이들이 빠져 나와 복도를 달렸다. 주어너는 마지막에 나왔다. 그녀는 복도를 따라 걷다가 다시 교실로 향했다. 중상을 입은 상황에서도 혹시 교실에 남은 아이가 없는지 살핀 것이다.
이후 그녀는 도움을 청하려 행정실로 가던 중 한 학부모에게 목격됐다. 학부모는 “그녀가 ‘911에 전화해 달라, 총에 맞았다’고 말한 뒤 기절했다”고 전했다. 그녀는 병원 이송 당시 생명이 위험한 상태였으나 현재 고비는 넘겼다.
경찰에 붙잡힌 6살짜리 학생은 어머니의 권총을 가방에 넣어 학교에 가져온 것으로 드러났다. 경찰은 학생이 사용한 총이 그의 어머니가 합법적으로 구매한 것이라고 밝혔다. 이 학생은 구금 상태로 경찰 조사와 정신 건강 검사 등을 받고 있다.
수사당국과 교육당국은 총격 피해를 입은 교사와 가해 학생의 신원을 따로 밝히진 않았다. 다만 피해 교사의 모교인 제임스 메디슨 대학교가 페이스북 페이지에 올린 성명을 통해 해당 교사가 애비게일 주어너라는 사실이 밝혀졌다. 대학 측은 “우리 학교 졸업생인 애비게일 주어너의 비극적인 총격 사건에 깊은 슬픔을 느낀다”고 밝혔다.
구자창 기자 critic@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