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크라이나 국제여단(의용군)으로 참전 중이라고 밝힌 한국인이 볼로디미르 젤렌스키 우크라이나 대통령의 대한민국 국회 화상 연설 당시 저조했던 의원 참석률을 언급하며 “부끄럽다”고 비판했다.
우크라이나 국토방위군 의용병으로 입대한 한국인 A씨는 ‘육군 훈련소 대신 전해드립니다’(육대전)에 참전 중임을 인증하는 서류와 함께 한국 정치인들의 행태를 비판하는 메시지를 보내왔다.
그는 “지금 우크라이나에선 민간인들이 죽어가고 있으며, 가는 길마다 통곡 소리가 끊임없이 들려온다”며 참담한 상황을 전했다.
이어 “최근 뉴스를 봤다. (젤렌스키 대통령의 국회 연설에) 국회의원 300명 중 50~60명만이 참여한 사실이 부끄럽다”며 “지금까지 자유 세계 국가 중 어느 나라가 우크라이나에 이런 모욕을 주었나”라고 되물었다. 그는 “소수지만 제 의용군 동료들도 한국 정치인들의 행동을 알고 있다”고 했다.
그는 “이 전쟁이 그저 지구 반대편의 동유럽 국가의 한낱 분쟁이냐”며 “(한국은) 선진국의 의무를 제대로 이행하지 않고 있다”고 말했다. 이어서 “많은 국가의 정치인과 시민들이 당신들의 행동을 기억할 것”이라며 “언젠가 대한민국이 침공당했을 때 당신들의 행동을 말하며 수많은 나라가 도움을 거부할 수도 있다”고 우려했다.
그는 “수많은 나라에 도움을 받았던 나라가 적이 무섭고 경제가 악화할까 두려워하는 모습을 보고 한반도에 묻힌 수많은 유엔군이 왜 이런 나라를 위해 싸웠는지 후회할 것 같다”고 꼬집었다.
그는 “이 전쟁은 우크라이나만의 전쟁이 아니다”라며 “자유 세계의 일원이자 지구촌의 일원으로서 권위주의 세계와 맞서 싸워야 한다”고 주장했다.
그는 “정부가 참전한 저를 처벌한다 해도 자랑스러운 대한민국을 미워하거나 원망하지 않을 것”이라며 “하지만 참상을 알고 있음에도 적이 두려워 아무것도 못 하는 정치인들과 소극적인 자세의 정부의 한심함에 역겨움을 토로한다”고 했다.
그는 강도 높은 비판의 글과 더불어 우크라이나 군대로부터 받은 감사장을 공개하고, 그 일부 내용을 소개했다. 감사장에는
지난 11일 국회에서 열린 젤렌스키 대통령의 연설 현장에는 의원 50여명만 모습을 나타냈다. 젤렌스키 대통령은 “우리가 러시아에 맞설 수 있게 대한민국이 도와달라”고 호소했으나 의원들의 반응은 썰렁하기만 했다.
젤렌스키의 연설을 들으려는 의원들로 빈자리를 찾아볼 수 없었던 미국, 영국, 일본의 모습과 달리 텅텅 비어있었다. 또 다른 국가 의원들이 기립박수 등으로 젤렌스키 대통령에게 경의를 표했던 것과 같은 장면도 찾아볼 수 없었다. 심지어 일부 의원은 졸거나 스마트폰을 보는 등 연설에 집중하지 않은 것으로 전해졌다.
이처럼 부적절한 국회의원들의 태도를 지적하는 목소리가 끊이질 않고 있다. 앞서 러시아 대학에서 국제관계를 가르치는 한 교수도 젤렌스키 대통령의 국회 화상 연설 당시 사진을 공유하며 “아시아가 우크라이나에 관심이 없다는 신호”라고 지적한 바 있다.
지난 12일 아르티옴 루킨 러시아 극동연방대학교 국제관계학 교수는 “한국은 미국의 압력으로 반러시아 제재에 동참했고 젤렌스키가 의회에서 연설하는 것을 허용했다. 그럼에도 한국은 우크라이나에 무기를 공급할 의사가 없다”고 비판했다.
황서량 인턴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