바샤르 알아사드 시리아 대통령이 12일(현지시간) 구호품 전달을 위해 반군 장악 지역에 있는 국경 검문소 두 곳을 추가로 개방하는 데 합의했다. 지진 피해 현장에서는 ‘너무 늦었다’는 목소리가 나온다.
BBC는 이날 안토니우 구테흐스 유엔 사무총장의 대변인이 “우리는 지금까지 하나의 보급로만 이용하고 있었지만 이번 합의로 많은 게 달라질 것”이라며 이같이 밝혔다고 전했다.
시리아 북서부는 진앙지인 튀르키예 남동부와 국경을 맞대고 있다. 시리아 북서부의 알레포·이들리브·라타키아·하마 등 지역도 지진으로 막대한 피해를 입었지만 반군이 장악하고 있다는 이유로 국제사회의 지원을 거의 받지 못한 채 고립돼 있다.
국경통로가 추가 개방되면서 구호물자 전달 속도가 빨라질 것으로 보이지만 현장에서는 너무 늦었다는 비판이 나온다. 시리아에서 활동하는 미국 비영리단체 시리아미국의료협회(SAMS)가 운영하는 병원 밥 알하와(Babs Al Hawa)의 의사 아마드 알리바드는 CNN에 “지진 발생 후 첫 2, 3일은 도움을 요청해도 응답이 없었다”며 “의료품 부족으로 많은 환자를 잃었다. 지원이 빠르게 진행됐다면 더 많은 생명을 구할 수 있었을 것”이라고 말했다.
SAMS는 국제사회에 긴급지원을 호소했지만 지진이 발생한 지 6일이 지난 주말이 돼서야 조금씩 구호물품과 구조대가 들어오기 시작했다고 CNN은 전했다.
시리아 반군 지역 민간구조대 ‘하얀 헬멧’에서 활동하는 이스마일 압둘라는 “내전이 벌어진 10여년 동안 국제사회에 끊임없이 지원 요청을 해왔지만 모두 수포가 됐다”며 “이번 대지진에서도 국제사회는 시리아 북서부 사람들을 인간으로 여기지 않는다는 걸 알게 됐다”고 비판했다.
이런 상황에서 살아남은 시리아 생존자들은 고통스러운 나날을 보내고 있다. 시리아 이들리브주 브사니아 마을에서 살아남은 음 술탄은 텐트를 구하지 못해 나무 아래서 잠을 청했지만 너무 추워 다른 잘 곳을 알아봐야 했다. 그는 CNN에 “이런 일을 겪지 않도록 지진이 발생했을 때 함께 죽었다면 좋았을 것”이라고 말하며 눈물을 흘렸다.
한편 유엔은 시리아 구호 실패를 인정했다. 마틴 그리피스 유엔 인도주의·긴급구호 담당 사무차장은 지난 12일 트위터에 “우리는 지금까지 시리아 북서부 사람들을 실망하게 했다. 그들이 버림받았다고 느끼는 건 당연하다”며 “나에게 주어진 의무는 이 실패를 가능한 한 빨리 바로잡는 것”이라고 말했다.
백재연 기자 energy@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