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국에서 의료보조금 삭감에 항의하는 퇴직자들의 시위가 확산하고 있다. 15일(현지시간) 로이터통신에 따르면 이날 후베이성 우한 중산공원과 랴오닝성 다롄 인민광장에 수백명이 모여 의료보험 개편 반대를 외쳤다. 당국이 월 200위안(3만7000원) 이상 지급하던 의료보조금을 절반 이상 줄이겠다고 하자 집단행동에 나선 것이다. 우한의 한 시민은 “보조금은 적은 돈이지만 노인들에게는 생명을 구하는 돈”이라고 말했다. 지난해 11월 코로나 봉쇄 반대 ‘백지 시위’를 20, 30대가 주도했다면 이번엔 은퇴한 고령자들이 주축이 돼 ‘백발 시위’로 불린다.
우한에선 지난 8일에도 같은 시위가 열렸다. 이후 우한 당국은 ‘공공장소에서 불법 시위나 집회를 열지 말라’는 공문을 내고 일부 시민에게 시위에 참여하지 않겠다는 서약서에 서명하라고 요구한 것으로 알려졌다.
이번 시위는 지난 3년간 지속된 제로 코로나 정책으로 지방정부가 재정적 어려움을 겪고 있는 것과 무관치 않다. 각 지방정부가 지난해 예산 집행 내역을 분석한 결과 광둥성은 코로나 방역 비용으로 가장 많은 711억 위안(13조3000억원)을 지출했고 랴오닝성은 143억9000만 위안 등 대부분 수백억 위안을 쓴 것으로 나타났다. 상시적인 유전자증폭(PCR) 검사와 격리시설 운영 등에 들어간 돈이다. 이렇듯 지출은 늘었는데 경기침체로 수입이 줄면서 재정난이 심화해 의료보험기금 고갈 등이 사회문제로 떠올랐다.
홍콩 사우스차이나모닝포스트(SCMP)에 따르면 중국에서 지난 5년간 공공안보 위협 혐의와 관련된 재판이 43만5000건 진행된 것으로 나타났다. 시위 참가 등 대중이나 공공시설에 위협을 가하는 행위에 적용되는 혐의다. 또 공산당 전복, 간첩 활동, 국가기밀 절도 등과 관련된 국가안보 위협 혐의로 기소된 사건은 1400건이 넘었다. 중국 최고인민검찰원은 시진핑 국가주석 집권 2기인 2018~2022년 형사 기소 사건을 설명하는 기자회견을 열어 “국가와 공공의 안보를 위협하는 행동을 예방하고 적발하는 것이 최우선 과제”라고 밝혔다.
베이징=권지혜 특파원 jhk@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