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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중 외교수장 독일 회동… 블링컨 “중국 사과 없었다”


토니 블링컨 미국 국무부 장관과 왕이 중국 공산당 중앙정치국 위원이 독일에서 전격 회동했다. 한 시간가량 진행된 만남에서 블링컨 장관은 중국의 정찰풍선 사건을 무책임한 행위라고 지적하며 재발 방지를 강조했다. 우크라이나 전쟁에서 러시아를 지원할 경우 결과에 대해서도 경고했다.

왕 위원도 정찰풍선 사건에 대한 자국 입장을 반복하며 사과하지 않은 것으로 전해졌다. 그는 미국이 풍선 사건에 히스테리적 반응을 하고 있다고 반발하기도 했다. 다만 미국은 양국 간 소통라인을 유지할 것을 강조하며 갈등 관리 필요성을 언급했다.

미 국무부는 18일(현지시간) 독일 뮌헨안보회의(MSC)에 참석한 블링컨 장관이 왕이 위원을 만났다고 밝혔다. 양국 외교수장 만남은 이달 초 중국에서 열릴 예정이었지만, 미국은 지난 3일 자국 영공을 침투한 정찰풍선 문제에 항의하며 이를 연기했다.

네드 프라이스 국무부 대변인은 회동 후 성명을 통해 “블링컨 장관은 미 영공 내 중국의 고고도 정찰풍선으로 인한 주권 및 국제법 위반 행위를 용납할 수 없다고 직접적으로 언급하고, 무책임한 행위가 다시 일어나서는 안 된다는 것을 강조했다”고 설명했다. 또 “미국은 주권을 침해하는 것을 용납하지 않을 것이며, 5개 대륙 40개 이상 국가의 영공을 침범한 중국의 고고도 정찰풍선 프로그램이 전 세계에 노출됐음을 분명히 했다”고 덧붙였다.

국무부는 “중국이 러시아에 물질적 지원을 제공하거나 제재 회피를 지원할 경우 결과에 대해 경고했다”고 강조했다. 또 “북한의 대륙간탄도미사일(ICBM) 시험발사를 규탄하고, 이와 같은 중대한 국제적 도전에 대응할 책임 있는 권력의 필요성을 강조했다”고 지적했다.

국무부는 블링컨 장관이 ‘하나의 중국’ 정책에 변화가 없음을 재확인했고, 대만 해협에서 평화와 안정을 유지하는 것이 중요함도 강조했다고 설명했다. 블링컨 장관은 “미국은 우리의 가치와 이익을 위해 싸우고 당당하게 지지할 것이지만 중국과의 갈등을 원치 않고, ‘신냉전’을 향해 가고 있지도 않다”는 조 바이든 대통령의 발언을 되풀이했다. 그러면서 외교적 대화와 열린 소통 라인을 유지하는 것이 중요하다고 언급했다.

블링컨 장관은 회동 후 NBC뉴스와 인터뷰에서 “(중국 측의) 사과는 없었다”고 전했다. 그는 “우리는 중국이 러시아의 우크라이나 공격에 치명적인 지원을 고려하고 있는 것을 매우 우려한다”며 “나는 그것이 우리 관계에 심각한 결과를 초래할 것이라는 점을 분명히 했다”고 강조했다.

양측은 이날 만남 직전까지도 우크라이나 전쟁과 정찰 풍선 문제 등에 대해 공개 비난을 주고받으며 신경전을 거듭했다. 카멀라 해리스 미국 부통령은 이날 연설에서 “우크라이나에서 러시아의 행태와 관련한 법적 증거를 분석한 결과 미국은 러시아가 반인도적 범죄를 저질렀다고 공식적으로 결정했다”며 “해당 범죄를 저지른 모든 이들과 그들의 상급자들에게 책임을 물을 것”이라고 밝혔다.

해리스 부통령은 그러면서 “중국이 우크라이나 전쟁 개시 이후 러시아와 관계를 심화시켜 가는 것을 우려와 함께 지켜보고 있다”며 “러시아에 치명적인 지원을 제공하려는 중국의 모든 조치는 침략을 보답하고, 살인을 지속하며, 규칙에 기반한 질서를 더욱 약화할 뿐”이라고 경고했다.

해리스 부통령은 그러면서 “러시아의 침략에 맞서 굳건히 서는 것이 강압, 허위 정보, 심지어 무자비한 힘을 통해 세계를 제멋대로 구부리려는 다른 권위주의 세력에 메시지를 보내는 것”이라고 강조했다.


반면 왕 위원은 미국의 풍선 격추에 대해 “사실을 무시하고, 전투기를 출동시켜 위협이 없는 비행선을 격추했다”며 “상상조차 할 수 없고 히스테리에 가까우며 무력을 남용한 것으로, 국제협약을 명백히 위반한 것”이라고 반발했다.

왕 위원은 “지구 상공에는 매일 수많은 풍선이 떠다니는데, 설마 미국은 이것들을 다 격추할 것이냐”며 “이런 방법으로는 미국의 강대함을 증명할 수 없다”고 주장했다. 또 “미국이 성의를 갖고 잘못을 바로잡고, 양국 관계에 끼친 손해를 해결할 것을 요구한다”고 촉구했다.

왕 위원은 미국의 반도체 지원법과 대중 반도체 수출통제 등을 겨냥해 “국가 역량을 동원해 중국 기업을 압박하고, 일방주의와 사리사욕으로 세계무역기구의 규칙을 위반하는 것”이라고 비판했다.

왕 위원은 우크라이나 전쟁에 대해서도 “러시아와 우크라이나가 여러 차례 협상해 중요한 진전을 이뤘지만 아쉽게도 평화회담이 중단됐고 모든 게 원점으로 돌아갔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중국은 평화와 대화의 편에 서 있지만, 일부 세력은 평화회담의 성공이나 휴전을 원하지 않는 것 같다”며 “이 분쟁에서 더 큰 전략적 목표를 쫓는 강대국이 있는지도 모른다”고 말했다. 미국이 평화를 원하지 않아 전쟁이 장기화하고 있다고 에둘러 비판한 것이다. 그는 “며칠만 지나면 우크라이나 위기 1주년이 되는데 중국은 위기의 정치적 해결에 관한 입장문을 발표할 것”이라고 언급했다.

워싱턴=전웅빈 특파원 imung@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