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애완동물 美 입국 제약에…우크라 난민 “개도 가족인데…”


우크라이나와 러시아의 전쟁이 50일 넘게 지속되면서 죽음의 땅을 떠나온 우크라이나 난민이 460만명을 넘어섰다. 이 중 특히 미국행을 택한 우크라이나 난민은 또 하나의 난관을 맞이하고 있다. 광견병을 이유로 평생의 동반자인 반려견과 함께 미국에 입국할 수 없기 때문이다.

뉴욕타임스(NYT)는 14일(현지시간) “미 연방 보건 지침은 광견병 발병률이 높은 우크라이나와 같은 나라에서 온 애완동물의 입국을 제한한다”며 “이는 일부 난민들에게 절망적”이라고 보도했다.

미국 질병통제예방센터(CDC)는 우크라이나 등 약 50개 국가를 광견병 고위험국으로 분류해 개들의 미국 입국을 ‘극히 예외적인 경우가 아니면’ 허용하지 않는다. 이에 많은 우크라이나 난민들이 멕시코에 반려견을 두고 미국으로 향할 수밖에 없었다.

나타샤 흐리트센코(30)도 그중 한 명이다. 나타샤는 전쟁 발발 8년 전 하얀색 몰티즈 에디를 새로운 가족으로 맞이했다. 그는 언니와 전쟁으로 피란을 결심하고 에디도 동반하기로 했다.

흐리트센코 자매와 에디는 우크라이나에서 미국으로 직행할 수 없기에 폴란드, 독일, 포르투칼, 멕시코를 거쳐 미국으로의 입국을 시도했다. 연방 보건 지침을 미리 확인한 나타샤는 에디와 동반 입국하기 위해 피란길에도 에디에게 광견병 주사를 2차례 접종시켰고 수의사들에게 에디의 국제 신분증을 발급받았다.

그러나 현실은 나타샤의 기대와 달랐다. 나타샤는 미국 국경 앞에서 에디와 헤어져야 했다.

나타샤의 언니 이라(31)는 “우리는 모든 것이 괜찮았다고 믿었고 (동반 입국에) 자신감을 느꼈다”며 “그러나 갑자기 에디와 함께 건널 수 없다는 이야기를 들었다”고 당시를 회상했다. 이는 “에디는 우리의 전부다”라고 말한 흐리트센코 자매에게는 충격적인 소식이었다.

‘세이브 우크라이나 구호기금’의 자원봉사자로 활동하는 빅토리아 핀드릭은 난민 입국 허용 초기에는 애완견도 입국할 수 있었다고 밝혔다. 그러나 현재 애완견 입국 통제가 강화됐다. 핀드릭은 “개들이 (우리의 시설로) 왔다”며 “여기 있는 개들의 수는 나날이 증가하고 있다”고 말했다.

흐리트센코 자매는 현지 미국인의 도움을 받아 우크라이나 출신 반려동물이 미국으로 들어갔다는 소식을 전해 들었다. 멕시코는 광견병 고위험 국가가 아니며, 멕시코에서 개를 데려오는 미국인들은 광견병 예방접종 증명서나 특별 허가증을 제시하지 않아도 된다. 하지만 미국 입국을 늦췄음에도 자매는 에디를 도와줄 미국인을 찾지 못했다.

결국 흐리트센코 자매는 에디를 다시 데려가겠다는 약속을 적은 케이지에 에디를 두고 떠났다. 나탸사는 “강아지에게 잘될 테니 참으라고 말할 순 없는 것 아니냐”며 슬픔 속에 에디와 작별 인사를 나눴다.

자매가 미국에 입국한 지 5시간이 지난 뒤 한 통의 영상 통화가 걸려왔다. 한 미국인이 에디를 데리고 미국으로 간다는 내용이었다. 기적처럼 예상치 못한 미국인의 도움으로 에디를 인계받은 흐리트센코 자매는 에디와 함께 최종 목적지인 버지니아로 떠났다.


핀드릭은 NYT와의 인터뷰에서 “트라우마를 겪는 난민 가족들의 경우 반려동물을 포함해 가족과 헤어지지 않도록 하는 것이 중요하다”며 “반려동물 입국을 제한하는 규정이 필요한 이유는 알지만, 난민들로선 그런 규정을 맞추기가 불가능하다”고 지적했다. 이어 “멕시코 타후아나 지역 보호소가 애완동물 주인을 도울 방법을 찾기 시작했다”고 전했다.

미국은 수일 내로 우크라이나 난민들이 비행기 편으로 미국에 직접 입국할 수 있도록 할 계획이다. 이때도 CDC 규정이 적용되면, 난민들은 반려동물과 미국에 들어올 수 없다.

이에 CDC는 “입국 요건을 충족하지 못하면 개를 안전하게 보호할 수 있는 장소를 확보하기 위해 미국과 멕시코의 NGO와 협력하고 있다”고 밝혔다.

이찬규 인턴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