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엔 안전보장이사회가 북한의 핵·미사일 도발과 관련해 올해 첫 공개회의를 열었지만 아무 성과 없이 종료됐다. 미국과 한국 등 서방 동맹은 북한의 도발을 강력 규탄하며 안보리 차원의 공식 대응을 요구했지만, 중국과 러시아는 한·미 연합군사훈련에 대한 정당한 반응이라며 북한을 옹호했다.
황준국 주유엔대사는 20일(현지시간) 안보리 회의에서 “북한처럼 (안보리) 기능과 유엔 헌장의 원칙을 노골적으로 조롱하고 위협하는 다른 회원국은 없다”며 “한국은 북한의 계속된 탄도미사일 발사를 가장 강력한 용어로 규탄한다”고 밝혔다.
황 대사는 또 안보리가 중국과 러시아의 비토로 북한의 결의 위반에 제대로 대응하지 못하는 상황을 언급하며 “개탄스럽다. 그러한 비토는 자기모순적”이라고 비판했다.
린다 토머스-그린필드 주유엔 미국대사도 “미국은 북한의 2월 18일과 19일 3발의 탄도미사일 발사를 가장 강력한 어조로 규탄한다”며 “안보리 결의안을 지속해서 위반하는 북한의 명백한 위반 행위는 안보리의 대응을 요구한다”고 밝혔다. 또 “미국은 다시 한번 의장성명을 제안한다”고 말했다.
토머스-그린필드 대사는 “우리의 거듭된 대응 실패는 북한이 결과에 대한 두려움 없이 불안정하고 단계적인 발사를 수행할 수 있도록 하게 한다”며 “위원회가 최근의 탄도 미사일 발사를 규탄할 것을 촉구한다”고 강조했다. 그러면서 “북한을 보호하는 사람들이 아시아와 전 세계를 갈등의 위험에 빠뜨리는 것이 현실이다. 우리의 실패는 위원회에서 거부권을 행사하는 두 상임이사국 때문”이라며 “거부권을 가진 두 이사국이 우리의 모든 대응 노력을 막았다”고 비판했다.
앞서 미국은 지난해 말 북한의 ICBM 발사를 규탄하는 안보리 의장성명 초안을 발의해 채택을 추진했으나, 중국과 러시아 등의 반대에 막혀 뜻을 이루지 못한 것으로 알려졌다.
바버라 우드워드 주유엔 영국대사도 “북한은 예고 없이 ICBM을 발사했다. 올해 들어 세 번째이자 2022년 이후 아홉 번째”라며 “국제 평화와 안보를 명백히 위협하는 안보리 결의의 심각한 위반을 가장 강력한 용어로 규탄한다”는 성명을 발표했다. 또 “안보리 결의안이 무시되면 조치를 취하는 것이 이사회의 책임”이라고 지적했다.
반면 다이빙 중국 부대사는 “독점적으로 제재를 추구하는 것은 막다를 골목으로 이어질 뿐 문제 해결에 도움이 되지 않는다”고 주장했다. 그는 “올해 초부터 미국과 그 동맹들이 한반도 주변에서 북한을 겨냥한 연합 군사활동을 증강하고 있다”며 “모든 관련 당사국이 긴장을 고조하고 계산착오를 초래할 수 있는 어떠한 행동도 자제해야 한다”고 말했다. 긴장 고조의 책임을 한·미·일에 돌린 것이다.
드미트리 폴랸스키 주유엔 러시아 차석대사도 “(한·미 연합훈련 확대가) 상황을 악화시키고 정치적·외교적 해결을 어렵게 만들고 있다”며 “북한은 미사일 시험 발사로 대응한 것”이라고 말했다.
회의가 성과없이 끝나자 토머스-그린필드 대사는 한·일 등 11개국을 대표해 북한을 규탄하고 안보리 차원의 공동 대응을 촉구하는 장외 성명을 낭독했다.
안토니우 구테흐스 유엔 사무총장도 이날 북한을 향해 “더 이상의 도발을 즉각 중단하라. 모든 안보리 결의에 따른 국제적 의무를 완전히 준수하고, 지속 가능한 평화와 한반도의 완전하고 검증 가능한 비핵화를 위한 대화를 재개할 것을 요구한다”는 성명을 발표했다.
한편 구테흐스 총장은 3주 전 북한의 유엔대사와 만나 긴장 완화와 안전보장이사회 결의 준수를 촉구한 것으로 나타났다.
스테판 뒤자리크 유엔 대변인은 이날 정례 브리핑에서 “구테흐스 총장이 지난 1월 30일 김성 주유엔 북한 대사와 만났다”며 “한반도 긴장 고조에 대해 우려하고 있고, 긴장 완화와 관련 안보리 결의의 완전한 이행을 호소했다”고 밝혔다. 구테흐스 총장은 이틀 후 박진 외교부 장관과 면담하고 한반도 전개 상황에 대해 논의했다.
북한은 그러나 면담 이후에도 지난 18일과 20일 대륙간탄도미사일(ICBM) 발사에 나섰다.
워싱턴=전웅빈 특파원 imung@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