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 상·하원 산하 위원회 4곳에서 중국의 위협을 우려하고 대책을 마련하기 위한 청문회를 동시에 개최했다. 의회는 첨단 기술 분야를 미·중 경쟁의 핵심 전장으로 지목하고 수출통제와 제재 강화, 동맹과의 공동 대응 등을 주문했다. 미 하원 금융위는 중국을 규제하고 대만을 지원하는 법안도 무더기 통과시켰다. 중국을 압박하기 위한 의회 차원의 움직임이 확대되고 있는 양상이다.
하원의 ‘미국과 중국공산당 간 전략 경쟁에 관한 특별위원회’(중국 특위)는 28일(현지시간) 중국의 점증하는 위협에 대한 첫 공개 청문회를 열었다. 청문회는 미국인들이 최대한 많이 시청할 수 있도록 황금시간대인 오후 7시에 시작됐다.
마이크 갤러거 특위 위원장은 “우리는 이것을 ‘전략적 경쟁’이라고 부를 수 있겠지만, 이는 점잖은 테니스 경기가 아니다. 21세기의 삶이 어떤 모습일지에 관한 실존적 투쟁”이라며 “가장 근본적인 자유가 위태로워졌다”고 말했다.
민주당 간사인 라자 크리스나무디 의원은 “지금은 (중국의) 도전에 맞서는 것 외에 다른 선택은 없다”며 “중국은 우리가 분열되고 당파적이길 기대하고 있지만 우리는 그 반대일 것”이라며 초당적 대응을 촉구했다.
증인으로 나선 허버트 맥매스터 전 백악관 국가안보회의 보좌관은 “중국 공산당이 군사·경제적 이득을 얻기 위해 사용할 수 있는 민감한 기술 이전에 미국이 관여해서는 안 된다”고 강조했다.
중국 인권 활동가인 통이는 “미국은 중국의 값싼 노동력을 이용해 부유하게 됐고, 그 과정에서 중국 공산당도 부유하게 했다”며 “중국의 성장에 미국이 도움을 줬다는 사실을 직시해야 한다”고 말했다.
이날 청문회에 과정에서 한 여성은 ‘중국은 미국의 적이 아니다’는 팻말을 들고 항의하기도 했다.
미 하원 과학우주기술위원회와 외교위원회도 이날 각각 ‘미국, 중국, 그리고 글로벌 리더십을 위한 투쟁’ ‘중국 공산당의 세대적 도전에 대한 싸움’ 등을 주재로 청문회를 열었다.
프랭크 루카스 위원장은 “미국이 직면한 가장 큰 세대적 도전은 중국공산당의 위협”이라며 “중국은 사이버 공격, 불법 지적 재산 획득, 천인 계획과 같은 악의적 채용 방식을 통해 우리의 연구와 혁신의 결과를 훔치려고 노력하고 있다”고 밝혔다.
청문회 증인으로 나선 데보라 윈스-스미스 미 경쟁위원회 위원장은 “중국은 다른 나라의 기술과 지적 재산을 불법적인 방법으로 획득하기 위한 다각적 전략을 전개하고 있다”며 “기술 기반 혁신과 장기적 경쟁력에 대한 미국 리더십이 위협받고 있다”고 지적했다. 그는 중국 압박을 위해 비슷한 생각을 지닌 동맹과 전략적 협력을 강화해야 한다고 주문했다.
미 싱크탱크 미국기업연구소(AEI) 클론 키친 선임연구원도 “우리는 중국의 기술 도용과 침략에 맞서야 한다”며 “중국의 틱톡과 같은 SNS 회사, DJI나 오텔 같은 드론 회사, 투야 같은 스마트 장치 회사를 통해 미국의 과학 및 혁신 기업들이 데이터와 지적 재산권 유출을 겪고 있고, 이를 중단하지 않으면 곧 고갈될 수 있다”고 말했다.
마이클 매콜 하원 외교위원장은 “우리는 한 세대 동안 미국 외교 정책에서 가장 위험한 시기를 살고 있고, 주요 전장은 기술 리더십”이라며 수출통제 강화를 주문했다. 그는 “미국이 지난해 1분기 동안 상무부 제재 명단에 오른 중국 기업에 모두 230억 달러 규모의 수출을 허가해 줬다”며 “(미국이) 중요한 기술과 제조 능력을 유지하려면 강력한 외교와 실질적인 조치가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앨런 에스테베스 상무부 산업안보 차관은 “반도체 장비와 관련 기술에 대해서는 수출 통제 조치를 취했고, 지적 재산권 문제에서도 기술 도난이 증명된다면 조처를 하겠다”며 “우리는 이를 막는 데 주저하지 않을 것”이라고 말했다.
에스테베스 차관은 “화웨이에 5G와 클라우드 아래 등급 (기술) 수출을 허용하도록 한 이전 정부의 정책은 유지되고 있지만, 이 모든 것들을 검토 중”이라며 이와 관련한 추가 수출통제 가능성도 시사했다. 또 “틱톡은 (미국 안보에) 위협”이라며 “재무부 외국인투자심의위원회(CFIUS)에서 관련 판결을 진행 중”이라고 말했다.
미 하원 외교위는 이날 틱톡을 전국적으로 금지할 수 있는 권한을 대통령에게 부여하는 법안을 추진할 계획이라고 발표했다.
하원 금융서비스위원회는 전체 회의를 열고 중국산 펜타닐 유입을 막는 ‘불법 합성약물 자금조달 방지법’ 중국의 통화 조작을 견제하는 ‘중국 환율 투명성법’ 등 대중 견제 법안 7개를 통과시켰다. 중국이 대만에 대해 위협을 가하면 정치 지도자와 그 가족을 제재하는 ‘대만 분쟁 억지법’ 국제통화기금(IMF)에서 대만의 회원 자격을 옹호하도록 요구하는 ‘대만 차별 금지법’ 등도 처리했다.
CNBC는 “하원을 통과하는 반중국 법안의 양과 속도는 미·중 사이 간극이 커지고 있음을 나타낸다”고 설명했다.
미 상원 은행·주택·도시 위원회도 이날 ‘제재, 수출 통제 및 기타 경제 도구를 통한 국가 안보 및 외교 정책의 발전’을 주제로 청문회를 열었다. 셰러드 브라운 위원장은 “중국은 첨단 기술과 글로벌 공급망을 지배하려는 목표를 분명히 했다”며 “우리는 미국의 국가 안보를 위해 우리가 가진 도구를 사용해야 하고, 가치를 공유하는 국가들과 파트너십을 강화해야 한다”고 말했다.
워싱턴=전웅빈 특파원 imung@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