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터는 일상에서 하나님 나라를 확장하는 곳입니다. 크리스천은 이 점을 절대 잊어선 안 됩니다. 일터를 바라보는 목회자의 시선도 바뀌어야 해요. 직장은 단순히 일해서 번 돈을 헌금하게 해주는 곳이 아닙니다.”
평생을 직장선교 분야에 매진해 온 칠순 목회자의 목소리에선 세월을 거슬러 올라간 듯한 강단이 느껴졌다. 일터개발원 이사장을 맡고 있는 방선기 목사는 ‘직장선교의 대부’라 불린다. 그는 직장사역연구소장, 이랜드 사목 등을 지내며 크리스천들이 일터를 어떻게 바라봐야 하는지, 직장인 성도들과 공감하며 신앙에 활기를 불어넣기 위한 목회자의 역할은 무엇인지 말했다.
지난 1일 서울 마포구 일터개발원 사무실에서 만난 방 목사는 그리스도인의 회사 생활에 대해 “돈을 버는 것이 물론 중요하다”면서도 “신앙을 가진 직장인으로서 바르게 살아가는 모습을 보여줄 기회를 얻는다는 개념이 우선”이라고 설명했다.
코로나19 팬데믹으로 인한 비대면의 일상화와 함께 직장선교 영역의 변화도 적잖았다. 기업마다 재택 근무로 빠르게 전환되면서 직장 내 크리스천 모임과 신우회 차원의 정기예배도 크게 위축됐다. 최근 다시 일상 회복으로 전환되고 있지만 사내 기독인 모임은 회복 속도가 더디다.
방 목사는 “최근 몇 년 사이 기독교에 대한 사회적 신뢰도가 크게 하락하면서 크리스천 기업에서조차 사내 예배를 드리는 것에 직원들의 부정적 인식이 커졌다”며 “(이전처럼) 신앙이 없는 직원들에게 예배 참석을 강권하는 게 오히려 독이 될 수 있다”고 지적했다. 이어 “무조건 신우회를 많이 만들고 예배 시간을 확대하려는 시도보다 직장이라는 치열한 일상 가운데 진솔하게 삶을 나눌 수 있는 교제의 장을 마련하는 것이 우선”이라고 조언했다.
방 목사는 1991년 창립한 직장사역연구소를 중심으로 다양한 사역단체와 협력해 ‘일터 사역의 창업 인큐베이터’를 표방하며 2019년 9월 일터개발원을 창립했다. 하지만 4개월여 만에 찾아온 코로나로 일터사역자를 활발하게 양성하는 사역에 제동이 걸렸다.
그는 “팬데믹 당시 신학생들에게 줌(zoom)을 이용한 비대면 강의를 해오면서 일터를 대하는 성도들의 마음과 고민에 공감하기 위해서라도 신학교 커리큘럼에 일상과 생활을 신학적으로 접근하는 과정이 확대돼야겠다는 생각이 들었다”고 말했다.
일터개발원 센터장으로 방 목사와 동역해 온 오만종(41·서울 오빌교회) 목사는 “최근 한국교회 내에 ‘목회자 이중직’에 대한 논의가 활발해지고 있다는 점은 ‘일터 사역’ 영역을 더 확장해 나갈 기회”라고 강조했다. 이어 “목회자로서 일터를 경험하며 사역하는 건 성도들의 일상을 더 깊이 이해할 수 있는 과정”이라며 “일터개발원이 직업과 노동에 대한 건강한 세계관을 알리는 창구로서의 역할을 할 수 있도록 준비해 나갈 것”이라고 덧붙였다.
최기영 기자 ky710@kmib.co.kr